광주 기사사도회 회원 몇 분이 다녀 간 뒤 일 년 내내 짓누르던 일이 풀려지는가 싶어 한시름 놓였다.
가난한 시골 본당의 재정 형편으로는 선뜻 일을 착수하기가 어려워 성당 지붕이 새고 슬레이트가 곧 내려앉을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을 조이면서 살아왔다. 설마 무너지기야 하련만 그래도 금년에는 꼭 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에 광주에서 기사사도회 회원들이 찾아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하겠다며 성당 지붕과 부속 건물의 보수 및 페인트 칠은 물론 사무실에 수세식 화장실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해서 너무나 큰 행운에 감격까지 했었다. 약속대로 기사회원들은 한여름 불볕 더위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지붕 수리를 하고 페인트 칠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웬 날벼락인가? 일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 사제관 지붕 페인트 칠을 담당한 고광우(베드로) 형제가『악』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시멘트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는 베드로 형제의 몸을 흔들면서『베드로 형제, 정신 차려!』하는 회원들의 절규만이 메아리 칠 뿐이었다. 이번에는 성당 지붕이 아니라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가난한 시골 성당의 보수공사를 무보수로 하는 봉사자에게 이런 벼락이 내릴 줄이야.
밤 12시.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고 오직 베드로 형제의 목숨만을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원하였다. 다음 날부터 기도의 고리가 이어졌다. 형제의 가정에서도, 북동 성당에서도, 형제의 동생 수녀의 수녀원에서도 그리고 여기 남평성당에서도 끊임없이 기도가 올려졌다.
그리고 베드로 형제의 딱한 사정을 가톨릭신문에 게재하였다.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되어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베드로 형제는 의식을 찾고 매일매일 빠른 회복이 있었고 전국적으로 성금도 많이 답지되었다. 사고 난 지 한 달 반 만에 퇴원할 수 있었고 치료비를 걱정했는데 적게는 5천 원에서부터 많게는 2백50만 원에 이르기까지 2백30여 명이 동참하여 치료비를 내고도 3천여만 원이 남아서 기사회 회장님과 함께 전달해 드렸다.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신문 기사의 짧은 사연을 읽고 이렇게 많이 동참할 줄이야!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어찌 가능할까.『이 미소한 형제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이니라』(마태 25, 40) 하신 주님의 음성을 듣고 아무도 모르게 형제애를 실천해 주신 전국의 은인들께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련 속에서 주님의 손짓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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