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습적으로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통과시킨 후유증이 새해 벽두부터 심각하게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새 노동법의 직접적인 적용 당사자인 노동계는 물론이로 정치권과 우리 교회도 비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6일부터 재개된 노동계의 총파업이 전국 거의 모든 분야에 확산되고 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공권력과 정면충돌할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공방전이 장기화되면 결국 손해는 우리 국민과 국가 전체가 볼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어쩌면 치명적일지 모를 만큼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는 지금의 난국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서로의 주장이 극한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설령 날치기라고 해도 적법한 절차를 밟았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이나 노동계는 그 자체를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 의견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유리한 내용의 새 노동법을 개정한 배경과 취재 등은 이해가 간다. 그만큼 고임금, 고물가, 고경쟁의 체제 속에서 기업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겠다는 발상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에 있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방법들을 채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바로 기존의 불리한 조항들, 예를 들면 복수노조 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등 외에도 새로이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시간제 그리고 파견근로제 등을 도입해 노동자들에게 불안과 심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로 노동자들 편에서 보면 독소 조항이 대폭 첨가된 불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노동법의 기습적인 국회 통과에 대한 적법성과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끝까지 공권력으로 총파업을 제압하려 한다면 앞으로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정부 여당은 힘의 논리로서가 아니라 과연 누구를 위해, 또한 무슨 목적으로 노동법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깊이 숙고하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도 전국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나 노동사목위원회 정의구현 사제단 등이 연말부터 기도회를 개최, 개정 노동법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 모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 교회의 입장은 새로운 노동법이 노사와 각계각층의 의견이 수렴되고 서로가 신뢰하며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새 노동법이 노동을 하느님의 선물로 신성시하고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과 행복 추구의 권리까지도 보장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노동법은 노사가 참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는 데 법의 근본 목적을 둬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의 현명한 해결책이 참으로 기대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