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생각할 때면 나는 가끔씩 어린 아들의 기도를 떠올리게 된다. 아들아이가 유치원 때였다. 잠들어 있어야 할 아이가 이불 속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어린 것이 소리 죽여 울고 있다니? 나는 가슴이 철렁해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무언지 크게 상처 받은 것이 분명했다.
『…엄마도 언젠가 죽는 거지? 나는, 엄마가 죽는 게 싫어』
나는 한편 놀랍고 한편 우스웠다.「엄마가 죽는 것은 아주아주 오래 있다가 네가 커서 아빠 만큼 됐을 때, 엄마가 늙어 할머니보다 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잘 안 보이고 잘 들리지도 않게 될 때쯤, 그 때쯤 네게는 예쁜 색시가 생길 거고 엄마 아빠가 너를 낳은 것처럼 아기를 낳을거고, 그 때도 늙어 빠진 엄마가 있으면 너는 엄마 돌보느라 놀러도 못 나갈 것」이라고 죽음의 필요성을 말해 주었지만 아이는 설득되지 않았다.
『엄마가 못 걸으면 내가 업어 줄거야. 밥도 내가 먹여 줄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어』얼마나 비장하게 말하던지 나중에는 너무 애처로워 콧마루가 찡해질 정도였다.
결국 나는 그것이 하느님의 법이며 사람은 너무 늙으면 자신도 힘들고 가족도 힘들게 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그렇게 법을 만드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아이를 납득시키기보다 절망시켰던 모양이었다. 다시 아이의 눈 가장자리로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는 조그맣게 물으며 잠 속에 빠져들었다.『기도해도 안 될까? 하느님께 그 법 없애 달라고 맨날맨날 기도할 거야. 엄마 어른 될 때까지 맨날맨날 기도하면 그래도 안 들어 주실까…?』
기도의 응답은 너무 빨랐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아이는 더 이상 그 기도를 하지 않았으므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