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맞아 전국 각 본당과 많은 곳에서 「구유」를 꾸몄었다. 그런데 그 구유 속의 성가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 모습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정형화된 유럽인의 이미지라는 점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보아왔던 성가정의 그림들은 금발머리의 파란 눈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눈을 감고 예수님이나 성모님의 모습을 떠올릴 때 그런 모습만 보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000년 전 팔레스티나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동양이며 그 지역민도 동양 사람이었다. 사이프러스 주교였던 에피파시우스가 기록한 성모의 모습은 그러나 지금도 이스라엘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팔레스티나의 동양 여성이다.
그런데 동양인이었던 유다 히브리인 예수님이 가톨릭이 유럽의 종교로 뿌리 내려지면서 전형적인 유럽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졌고, 그래서 우리는 유럽인의 모습만이 그려질 뿐이다.
물론 성모님의 경우 그분의 믿음의 여정이 우리에게는 공경의 대상이 되고 모범이 되기에 중요하겠지만 초가 지붕으로 꾸며진 구유에 한복을 입히지는 못할 망정 금발머리의 성가정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성탄에는 값 비싼 유럽 수입품으로 꾸며진 구유가 아니라 소박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성가정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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