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이승은의 인형전을 보러 갔었다. 잊혀져 가던 5, 60년대 서민들의 삶을 인형으로 표현한 것이었는데 내 생전 그렇게 긴 줄을 서서 기다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긴 줄의 끄트머리에 붙어 선 것이 아침 10시였는데 전시회장 안에 발 들여 놓은 것은 오후 3시였으니 무려 다섯 시간을 길거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린 것이었다. 대부분이 아이들 손을 잡은 엄마들이었다.
거기에는 춥고 배 고프던 시절의 우리가 있었다. 교실에는 위험한 난로와 시커먼 조개탄이 놓여 있고 아이들은 길가에 방치된 로깡을 들락거리며 놀았다.
때 묻은 얼굴, 때 묻은 옷, 난로 위에 쌓은 양은 도시락들, 추위에 웅크리고 지나가는 지게꾼, 방 윗목에 요강이 놓여 있고 얼룩진 벽지 위로 못을 박아 옷을 걸던 그 시절을 보며 엄마들은 왜들 그렇게 반가와하는지….
그것이 단순히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며 감동만일까.
수박 하나를 깨면 얼음을 섞어 온 가족이 모여 앉았고 아버지도 오빠도 한여름 우물 가에 옷을 벗고 엎드리면 어머니는 등목을 시켜주었다. 형제들은 한 이불 속에 가지런히 누워 잠들고, 아이들은 컴퓨터나 전화가 아니라 친구집 문 앞에 가서『정자야 놀자』목청껏 부르고, 천날만날 얼굴을 맞대며 놀았다.
정말이지 매일 함께 모여 살았으며 매순간이 나눔이었다.
『하루 한 끼 온 가족이 다 모여 식사하도록 하십시요. 그리고 내버려 두면 절대로 문제아가 생기지 않습니다』라고 하신 어느 신부님의 강론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하루 한 끼 다 함께 식사-오늘날 우리 가정에 그처럼 어려운 일도 없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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