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조건없이 수락함으로써 난국으로만 치닫던 정국에 한 가닥 돌파구가 생겨났다. 21일의 회담으로 정부와 여야가 난국 타개를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한 그 자체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대화의 장이 마련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도,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20여 일 넘게 노동계, 정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의 강력한 반대의사 표명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그동안 국내적으로 입은 희생과 피해 그리고 OECD까지 가입한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당한 수치심도 적지 않았다.
여야 영수회담을 갖기까지 가장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김 대통령이 김 추기경을 맨 먼저 만나 난국 수습책을 논의한 부분이다. 그만큼 김 추기경의 비중과 역할을 고려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김 추기경의 난국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추기경이 제시한 해법은 정의와 공동선을 지향, 대화로서 난국을 풀어 나가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노동계의 심한 반발과 야당의 정치적 압박 등과 함께 우리 가톨릭교회의 강력한 거부 운동은 김 대통령의 완고한 고집을 누그려뜨리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지난해 말부터 서울 광주 전주 부산 등지에서 시작된 각 교구 정의 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 기도회가 인천 안동 청주교구에도 이어졌으며 이런 움직임은 전국 모든 교구에 확산될 조짐을 보여왔다.
이와 함께 우리 교회 남여 수도자 전체의 이름으로 김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통령이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개정된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반 그리스도교적인 법』임을 인식,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 것 역시 적지 않은 요소로 작용했으리라는 느낌이다.
결국 우리 교회를 포함한 노동계와 정계 등 국민 대중의 일치된 힘과 노력은 자칫 잘못될 뻔한 국민의 인권과 생활권에 직접 관련된 법들을 다시 심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국민의 힘을 다시 실감케 한다.
이제 정치권이 중요한 2개의 법안을 재심의함에 있어 무엇보다 먼저 우선권을 둬야 할 일은 국민 대중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데 그 법의 취지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무시한 채 정치권의 흥정으로 법 내용이 조정된다면 또다시 국민의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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