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한담(閑談)이란 단어의 뜻풀이가「심심풀이로 하는 이야기」라고 나와 있다. 즉 할 일이 없어 시간 보내기 위해 하는 이야기다. 아마도 가톨릭신문의「일요한담」은 모두가 쉬는 일요일날 심심한 사람들끼리 모여 이 얘기 저 얘기 덕담을 나누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쩌면 말 그대로「심심풀이」땅콩의 역할을「일요한담」이 가톨릭신문 전체에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땅콩이 없어도 오징어를 먹을 수 있지만 땅콩이 있다면 훨씬 맛이 좋은 것처럼 가톨릭신문에서「일요한담」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즉 신문 전체를 봤을 때 없어도 되지만 있으므로 신문의 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맛이 있어 비위를 돕고 약의 작용을 순하게 하는 데 쓰이는「약방의 감초」라고나 할까.
그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어디 심심풀이 삼아 이야기할 맛이 나질 않는다. 한담(閑談)보다는 한(恨)담이 필요한 세상 같다. 매일 언론지상에는 명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무거운 이야기가 가득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세상 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한숨만이 토해지고 있다. 이런 세태에서 심심풀이 이야기 한 마디 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분위기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근 한 달여 간을 집에서 나와, 차디찬 콘크리트 위에서 농성을 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 이들과 더불어 동고동락(?)하고 있는 전경 아저씨들. 또 보도 경쟁에 혈안이 된 기자들. 이들 모두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할 것 같다.
이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만득이 시리즈를 했다간 아마도 미친 놈 취급 당할 게 뻔하다. 평소 유머 감각이 뛰어나 곧잘 청중들을 웃기곤 했던 김수환 추기경님 역시 심각한 얼굴로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을 정도니, 요즘 세상이 얼마나 심각한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심각하다 보면 짜증이 난다. 그리고 정작 풀려고 하는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기 쉽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나 자신과 상대방을 객관화시켜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럴 때일수록 심심풀이 이야기,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한담」(閑談)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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