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봉헌된 정결, 청빈, 순명의 복음적 권유에 따라 한 평생을 살아가는 수도자는 분명 가톨릭교회의 보화요 자랑이다. 오늘 주의 봉헌축일은 바로 수도자들의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수도성소 육성을 활성화시키고자 제정된 제1회「봉헌생활의 날」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에 의해 제정된 봉헌생활의 날은 참으로 교회의 내적 생명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그 이유는 2천년 교회 역사가 교회 안에 봉헌생활이 풍요로워지면 그만큼 교회가 생기 넘치는 활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성소에 관한 의미와 인식이 부족했던 한국 교회에서는 더더욱 수도회의 활성화가 요구돼 왔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수도성소 활성화는 2천년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민족 복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격동의 19세기 후반 가까스로 획득한 종교 자유에 힘입어 복음 전파에 나섰던 성직자들의 일손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진출하기 시작한 1백여 년의 한국 교회 수도회 역사는 우리 사회의 다방 면에 걸친 각종 사업과 활동으로 이 땅의 복음 전파사업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지만 시대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수도회들 스스로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 년 전부터 국내 수도회들 스스로 각기 고유의 카리스마를 찾아 보려는 진지한 노력은 이번 봉헌생활의 날 설정을 계기로 더욱더 적극성을 띨 것으로 전망돼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수도회의 활성화는 성소자 양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80년대의 급속한 교세 성장과 함께 수많은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해온 것은 서구의 성소자 격감에 따른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다. 성소자가 없어 신학교가 폐쇠되는 서구 교회의 수도회들 역시 수도성소자 구하기가 힘들었기에 성소자들 특히 여성 수도성소 지망자가 줄을 잇는 한국으로 밀려온 것이다.
덕분에 한국 교회는 다양한 수도회들이 들어와 전체 교회의 영성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소 지망자가 적은 남자 수도회의 성장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일 것이다.
제1회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교회 생활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살고 있는 영성을 지니고 있는 남녀 각 수도회들을 찾아가는 등의 노력을 통해 우리의 신앙생활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수도회의 영성을 알고 그 생활 분위기를 체험하는 기회를 갖도록 힘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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