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던 시국이 대화와 타협의 분위기로 전환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영수회담을 받아들였고, 이들과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들 역시 날치기된 노동법의 원천 무효를 선언하면서 영수회담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도 이러한 분위기 전환에 모처럼 어깨를 펴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시국이 파국에서 대화로 돌아선 것은 김수환 추기경의 역할에 기인한다. 김 추기경의 연례없이 강경한 대화 촉구와 조율작업의 성과로 모든 국민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대화로 시국을 풀어줄 것을 촉구했던 김 추기경은 노동자들의 대표 단체인 민노총 간부들과도 수 차례 만나, 대국적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 양보할 것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에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직접 만나, 정치권에서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당부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평화의 시도」로 나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이번 노력에 민노총 간부들은 명동성당에서 자진 철수했고, 지난 1월 24일 저녁 6시 명동성당에서 권영길(가를로) 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 전원이 미사에 참례, 그동안 명동성당과 교회에서 보여준 따뜻한 사랑에 대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고 한다.
민노총 임원들과 몇몇의 신자들이 참여한 이날 미사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루탄과 쇠파이프가 난무했던 시위 현장 급기야는 경찰의 군화발에 짓밟혀야 했던 명동성당이 정말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성역으로 회복되는 듯한 감동 말이다.
그러나「날치기된 안기부법 노동법」의 해결은 아직도 산 넘어 산이다. 정치권은 정당한 경로를 통해 정말 진지하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되고, 당사자인 국민 대중과 노동자들 역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펼쳐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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