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재의 수요일부터 올해 사순절이 시작된다. 우리는 재를 받으며 다시 참회의 사순시기를 맞는 것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을 타고 난 우리들에게 참삶의 길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일깨워 주는 은총의 시기가 바로 사순시기라 할 것이다. 회개와 참회의 시기요, 부활을 준비하는 희망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특별히 이르는 길, 예수님께서 걸으신 그 고난의 길을 오늘의 우리들도 따라 걷겠다고 다짐하는 시기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어떤가. 인류 구원을 위해 온 세상의 죄악을 십자가로 걸머지신 그 예수님을 따른다면서 회개는 여전히 뒷전에 미룬 채 하루하루를 대충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고통을 지워버린 십자가를 그저 사치스런 장식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다.
회개와 보속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회개하고 어떻게 기워 갚을 것인가를 각자 생각해야 한다. 진정한 마음의 회개는 기도뿐 아니라 단식과 나눔, 이웃 사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선행이 없는 단식과 참회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신앙 선조들의 사랑나눔 정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분들은 박해를 피해 첩첩산중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웃 사랑을 실천했던 분들이기 때문이다. 항상 먹을 거리가 모자라는 옥중에서 조차 「내 안 먹고 옆사람에게 주는」 선조들의 이웃 사랑은 옥졸까지 감화시키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최양업 신부의 부친 최경환 성인은 시장터에서 고기 한 마리를 사더라도 가장 못나고 질이 떨어지는 놈을 골랐다고 한다. 그래야 그 상인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지극한 이타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 우리도 이번 사순절부터 순교 선열들의 모범을 본받아 증거하는 신앙인이 되어야겠다.
특별히 올해 사순절은 「집 없는 사람들의 비참함을 생각해 줄 것」을 촉구하는 교황의 권고에 귀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교황은 이번 사순절 담화문을 통해 『집 없는 그리스도를 가까이 모시라는 복음의 요구는 세례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고 형제자매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연대를 실천하라는 촉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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