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인 지난 2월 11일은 제5차 세계 병자의 날이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축일인 이 날은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92년 세계 병자의 날 제정을 공포하고 이듬해부터 전 세계 교회가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병자의 날에 대한 적극적인 계몽이나 특별한 행사없이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 병자의 날이 제정된 동기는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가 고통 받는 이들에게 보인 관심처럼 교회도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세계 병자의 날 제정은 인간 본위의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편의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오늘날 인류 사회에 던져주는 가톨릭교회의 특별한 메시지라 할 것이다. 편안함과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참 행복 나아가 구원에 이르는 길을 걷고자 한다면「고통」의 의미를 새롭게 보다 적극적으로 묵상해 보라는 권고일 것이다. 나아가 고통 중에 있는 이웃의 아픔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라는「아가페」에의 초대일 것이다.
세계 병자의 날이 제정된지 5년째를 맞으면서 해마다 이날을 전후해 세계 각국에서는 가톨릭 보건인과 병원 기관을 중심으로 세계 병자의 날 제정 취지를 살려내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교회는 병자의 날에 대한 특별한 계몽활동이나 행사없이 보내는 것은 물론 세계 병자의 날이 제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신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일차적으로 이를 널리 알리고 교육시켜야 할 교회 당국은 물론이거니와 가톨릭계 병원들조차 이에 대한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결과라고 할 것이다.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이 아닐까 여겨진다. 인종·민족·종교 등 갖가지 이유로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이 끊일 사이 없는 지구촌의 사정은 물론이거니와 연일 터지는 대형 사건 사고에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국내 상황도 정신적, 육체적 병자들을 양산해 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신앙인들이 지녀가진 덕목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바로「이웃 사랑」의 정신을 가까운 친지나 주위의 이웃들 중 병자들을 찾아보고 도와줄 때 치유자이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삶이 될 것이다.
더우기 세계 병자의 날이 매년 사순절을 시작하는 무렵에 맞게 된다는 점에서도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크다. 영광된 부활의 삶을 위해 절제와 희생, 극기와 보속의 삶을 살아가고자 단련하는 이 시기에 그 흔하디 흔한 의료보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외로이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웃을 찾아가 보살펴 주고 기도해 주는 사순절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스도교는 좌절이라든가 병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보통으로는 인생의 마이너스 면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고 어떻게 하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특히 적극적인 의미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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