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평위가 드디어 목소리를 내었다. 2월 18일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회개와 은총의 때」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노동법 안기부법 처리문제에서부터 한보철강사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오늘의 사태를 우려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우리의 고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성명에서 전국 정평위는 바로 4년 전 문민개혁을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낸 현 집권층이 똑같은 방법으로 총체적 부패의 망국병을 앓고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은 대통령의 결단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성명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가 제 구실을 목하고 공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해야 할 검찰마저도 다시금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한 지도층이 먼저 잘못을 뉘우치고 하늘과 국민에게 용서를 청하고 한시바삐 죄의 구조에서 벗어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등 온건한 표현 속에서도 강도 높은 질타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 정평위 성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번 사건들을 비롯 매번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들 가운데 가톨릭을 포함한 신앙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과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토로한 것. 실제로 우리는 그동안 경악스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중심에 가톨릭 신앙인들이 깊숙히 연루되고 있음을 자주 목격해 왔다.
정의를 뒤로 하고 부정과 부패를 주제로 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톨릭 신자들이 빠짐없이 연루되고 있는 현상, 과연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까. 물론 그들이 신앙인들이기 때문에 모두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신앙인인데도 그 같은 잘못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 교회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이자 무거운 숙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국가의 위기가 반복되는 현상은 바로 이 같은 신앙인들을 포함 지도자급 등 소수 기득권층의 잘못된 권력욕과 욕심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진정한 회개와 반성이 없는 한, 이들에 대한 엄정하고도 공정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결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앙인들이 부정과 부패의 중심에 서 있다면 우리 교회 모두 이를 부끄러워 해야만 한다. 지도자급들이 불의와 욕심에 물들어 있다면 우리 국민 모두 부끄러워 해야만 한다. 우리의 무관심과 우리의 무의식적인 동조가 바로 그들을 있게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사순절, 오랜만에 발표된 전국 정평위의 성명이 이번 난국사태와 관련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움직이는 진정한 고언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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