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전국 도보 성지순례가 시작됐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도보 성지순례는 2월 13일부터 3월 7일까지 서울을 출발, 부산 오륜대까지 걷는 대장정이라고 한다.
말이 도보 성지순례지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나더러 가라면 억만금을 싸 주어도 불가능할 것 같다. 순교 선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순교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자 마련되었다지만 평범한 내 눈에는 미친 짓(?)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엄동설한에 산과 들을 넘어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니 어디 말이나 되는 일인가? 오늘날 신부들이 걸어서 신자들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모두다 자가용을 손수 몰아 신자 방문을 하고 있는 판국에 걷는다는 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번 성지순례에는 20여 명의 평신도들도 직장과 가정을 내팽개치고 따라 나섰다니 미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다. 그 한 달을 직장을 비워야 되니 자연 사표를 제출해야 되고, 집을 비워야 하니 집안의 중요한 대소사는 물론 배우자에게도 미안할진데.
왜 이들은 엄동설한에 따듯한 아랫목을 놔두고 가출(?)했을까? 이 촌구석에 있는 사제로서는 정말 소중한 묵상거리가 아닐 수 없다. 순교 선열들이 포졸의 눈을 피해 밤에 이동하고, 불을 피울 수가 없어 추운 산 속에서도 생쌀로 요기하는 고행을 겪어서일까. 자신들의 목숨과 신앙을 맞바꾸는 저력을 보여서일까.
아마도, 이번 도보 성지순례를 주관하는 가톨릭신문사나, 주평국 신부와 그 일행들이 미쳤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정확한 답일 것 같다. 순교 선열들의 삶과 십자가 상에서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미쳤기 때문에 그들은 세속적인 사리사욕을 버리고「그 님의 발자취 따라」길을 떠났을 것 같다. 주평국 신부 화이팅! 예수님께 미친 친구들 화이팅!
아! 나도 이들처럼 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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