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들을 돕기 위한 우리 교회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거두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산하 북방선교협의회가 주선한 귀순자들과 수도회간의 결연사업에 10개 수도 단체가 나서서 귀순자 13명과 결연을 맺었는데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교회가 탈북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귀순자 중 재입북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이 나오고 또 그들 중 범법자나 약물 중독 자살 시도 등의 심각한 현상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이들에 대한 처리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짐으로써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상은 그렇치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밝혀준 것이 지난해 2월 발표된 오혜정 수녀의 「귀순 북한 동포의 남한사회 적응 실태」라는 석사 학위 논문이었다. 80년 이후 귀순자 1백20명에게 설문지를 발송, 소재가 파악된 남자 34명, 여자 10명 등 44명을 대상으로 직접 및 심층면접 방식으로 조사된 이 논문은 귀순자들이 정신적, 경제적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신적인 고통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안전을 비롯 남한 내에서의 보복 공포나 고독이나 소외감 등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귀순 북한동포보호법이 바뀌어 보상금이 줄었고 쉽게 취업할 수도 없는 것이 큰 어려움이다. 이 밖에도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주는 경우가 적어 종교인들만이라도 이들을 따뜻한 이웃으로 받아들여 물심양면의 도움을 베풂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여는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 수녀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오 수녀의 연구 논문이 밑바탕이 되고 북방선교협의회의 적극적인 의지가 합치돼 10개의 수도 단체가 귀순자들과 결연을 맺고 그들의 정신적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직업 알선을 통한 생활 안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에 바라고 싶은 것은 귀순자 결연사업에 더 많은 수도회들이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수도회들뿐만 아니라 교구나 본당, 교회 단체들도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해 주길 기대한다. 그것은 현재 탈북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8백 명 가까운데 이들의 수효가 계속 불어나 더 많은 도움이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가 이들 귀순자들을 동포로서 잘 대해야 하는 것은 현재 민족화해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북한 동포에 국수나누기운동과 함께 통일 후를 미리 대비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귀순자들을 동포로 껴안고,그들의 고통과 아품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통일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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