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 특수대학으로 지칭되는 카이스트(KAIST)의 학생 교수가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으로 학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뒤숭숭하다. 학생의 자살은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그 여파가 잦아들기도 전에 학내 교수가 목숨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죽음을 두고 ‘징벌적 차등 등록금제’와 8학기 이상 재학시 800만원을 내게 하는 연차 초과 제도 등 학교 정책을 원인으로 문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교육 환경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분명한 것은 이번 비극의 배경이 경쟁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로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을 가르치는, 또 그렇게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여실히 드러낸 사태라고 할 것이다.
차제에 오늘날의 대한민국 땅에서 학문이 과연 학문다운 구실을 하는지 물어볼 일이다.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은 어느 순간 취업을 위해 거쳐가는 곳으로 변모됐고 대학 사회 안에서도 ‘경쟁’이라는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대학은 또 대학대로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 속을 앓고 있다. 출석 및 학점관리 강화는 물론 영어강의 적응과 함께 취업전쟁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 교원업적 평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의 연구 봉사등 모든 것을 소홀히 하기 힘든 교수들. 그 사이에서 사제 간의 정을 따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들은 또 학사운영, 취업률, 재무 능력 전반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돼 있어서 정부의 서열 매기기 작업을 신경 써야하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은 이러한 평가 고과들을 탈피하고자 더욱 경쟁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점수 잘 주는 과목을 고를 수 밖에 없고 전공 교육은 관심 밖이다. 교수들도 업적 평가에 관계되는 일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상징적 의미는 요즘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세기적 유물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경쟁을 시켜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소위 말하는 카이스트대 총장 서남표식 개혁이다. 또 이는 현 정부의 교육철학인 경쟁주의, 성과주의와 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인간은 금전적 보상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존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연구가 많다’고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협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의견을 발표, ‘서남표식 개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잠재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제도가 오늘의 불행한 사태에 일조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개혁의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쟁 구도로만 치닫는 한국의 대학 교육 현실에 카이스트의 사례가 ‘ 일단 정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경쟁에만 몰두한 비슷한 모습들이 교회내 교육기관 안에도 나타나고 있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가톨릭 교육 이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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