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카미노’란 책을 읽었다. 여자는 피레네 산맥 생장피도포르에서 800㎞를 걸어 순례를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 벽을 붙잡고 운다.
산티아고 순례는 내 꿈이며 걷고 싶어 안달이 난 길이다. 양귀비꽃들이 활짝 핀 들판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그림과 지도가 적힌 엽서를 보며 그 길을 키웠다. 가볍게 훌훌 날아갈 듯 그 길을 따라 걷고 싶다. 길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간다. 편리한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좋은 것도 힘든 것도 그대로 받으며 하나의 자연물이 되어 흙처럼 원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이 길을 갈 것인지를 궁리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순례자들 속에 섞여 하느님과 함께 가는 길이면 그만이다. 순례자들은 무엇인가가 함께함을 느꼈다고 그랬다. 밀밭과 숲과 시냇물과 중세의 마을과 성당들을, 그리고 다정한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푸르고 높은 스페인의 하늘과 양들과 구릉과 신앙을 만나고 싶다.
길에서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알베르게 숙소에 도착하면 요리를 하고 서로 나누어 먹으며 다시 그들은 동지애로서 절절한 공동체가 되어 간다. 그 길에는 인류가 바라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혼자 걷고 싶으면 혼자가 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이 각각의 사연을 안고 그 길을 채운다. 저녁이면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 참석하고 고장마다 전설을 모으고 사연을 모은다.
내 인생의 산티아고 데 콤포 스텔라는 어디일까. 순례를 마친 여자는 완전히 변화를 경험한다. 내면의 변화를. 아마 삶의 방향은 달라질 것이고 남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을 알아 가리라.
나도 그 길에서 모든 것을 통째로 끌어안고 싶다. 그리고 그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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