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성당은 신자들에게도 어려운 곳이었다.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성스러운 주님의 집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회가 ‘문화’와 만나는 순간, 성당의 높은 담장은 점차 사라졌다. 매년 5월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린다.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명동성당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고, 인근 회사원들이나 관광객들도 스스럼없이 성당을 찾아온다.
물론 명동성당만의 일이 아니다. 많은 성당이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주 음악회를 열고, 전문 전시 공간 못지않은 갤러리를 갖춘 곳도 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문화강좌를 마련해 신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도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마디로 성당은 각 지역의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도 종교공간의 문화적 활용에 적극 협조한다.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종교시설 문화예술 프로그램(사업) 발굴 지원 사업’을 펼쳐 왔다. 성당 등 종교시설에서 문화소외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마련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이러한 종교공간의 변신에는 의미가 있다. 우선 숨어있는 신자들을 발굴할 수 있다. 공연이나 강좌를 마련함으로써 신자 예술인들이나 강사들이 가진 재능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준다. 또한 일반 신자들 입장에서는 성당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접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지역 주민들도 어렵게만 여겨졌던 성당을 휴식, 문화공간으로 여기고 친숙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천주교에 대해서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마련된 셈이다.
교회와 문화의 만남은 서로가 ‘윈-윈’하는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말, 가족과 먼 교외로 나가는 것보다 인근 성당에 마련된 문화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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