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3월로 발족 2주년을 맞았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하여 한국 교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한다는 취지하에 첫발을 내디딘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한국 교회 저변에 통일에 대한 의식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그것은 지난 2년 동안 민족화해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전개해온 활동과 노력 속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민족화해위원회가 생겨난 1995년은 한국으로서는 매우 특별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광복 50주년을 맞는 우리 민족의 기쁨의 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쁨은 반쪽만의, 그리고 불완전한 기쁨이었다. 민족화해위원회의 탄생은 따라서 반쪽만의, 불완전한 기쁨을 완성시키기 위한 한국 천주교회의 중대한 시도였다고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출범 후 2년 동안 민화위는 척박하기만 한 한국 교회 안에 북한, 통일, 민족, 화해, 일치 등의 단어를 부상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통일문제에 대한 교회와 신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중심축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화해미사였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고 있는 화해미사는 민화위 출범과 동시에 시작돼 현재 1백3차를 기록하고 있다.
화해미사가 신자들의 마음 속에 화해와 일치를 향한 간절한 기도를 심어주기 위한 시도였다면 화해학교는 우리가 처한 분단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민족 통일을 향한 준비를 담당하고자 하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단계 1기와 2기를 거친 화해학교는 현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해 실천 과제를 교제 과정에 담아 시작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민화위의 현실적 성과는 다름 아닌 국수 나누기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광복절을 기해 시도된 북녘 형제들과 국수 나누기는 북한과의 화해와 일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가운데서도 예상 외로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것은 민족화해위원회 출범이 시기적으로 또 내용적으로 적절했다는 현실적 평가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잣대가 아닐 수 없었다.
출범 2년 동안 민화위는 통일 한국이라는 숙제가 실제로 얼마나 엄청난 과제인지를 체감하는 체험의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잠수함 사건을 필두로 계속 이어지는 남북한간의 긴장상태가 민화위 활동과 성장의 강력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켜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에게 전해지는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 등 현실적 과제는 우리 교회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이 한 단계 높게, 한 걸음 앞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하겠다.
민족화해위원회는 바로 교회와 신자들에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해가는 지름길이 어떤 것인지도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첫걸음이 분명하다. 우리에겐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다 하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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