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계단을 급히 내려가고 있는데 짐가방을 등에 멘 할머니 한 분이 내 손을 꼭 잡더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수녀님이 혼자 다니느냐, 지금 자기는 좌판 장사를 하는데 오늘은 부럼을 팔러 나왔지만 날씨가 추운 바람에 거의 팔지도 못했다고. 그래도 자기가 부지런히 장사를 하면 성당 신축금을 좀 더 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요전에도 본당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전세방에 살면 월세방으로 바꾸어서라도 좀 낼 생각을 하라고 호소했지만 오히려 부자들보다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 더 많이 낸다는 말을 덧붙이는 할머니의 그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요전에도 예순 아홉이나 된다는 할머니 한 분은 새벽미사 후 시어머님의 연미사 예물 만 원을 내며 너무 적지 않느냐고 한참이나 망설이면서 자기는 지금 의류제품 공장에 다니는데 세 사람 몫의 시다 일을 해낸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단다. 젊을 때는 빈혈로 걸핏하면 쓰러지기가 일쑤였는데 늙을수록 건강을 주시는 것은 하느님이 자기 형편을 알아주시기 때문이 아니냐고. 영감은 젊어서부터 늘 바람을 피우다가 지금은 알콜에 젖어 살기에 어떤 때는 빨리 안 죽나 하지만 그때마다 성사 볼 거리다 싶어 미운 생각을 지워 버린다고 했다.
사람은 속여도 하느님은 속이지 못한다는 신조로 한 평생을 살아왔노라고. 그래서 하느님이 건강을 주셔서 하루에 삼천 장이라는 옷이 자기 손을 거쳐 간다고 했다. 젊은이 못지 않게 일하건만 늙었다는 이유로 월 45만 원 밖에 못 받는단다. 그래도 이 얼마나 감사한 노릇이냐고. 아들 딸이 따로 사는데 늘 엄마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좌판장수 데레사 할머니와 일류 시다 수산나 할머니. 하느님은 두 분을 얼마나 흐뭇해하고 계실까. 천국의 특등석을 준비해놓고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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