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순교정신이 숨 쉬는 땅」이다. 이 말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부산 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성당에 내걸린 글귀 중 하나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재의 수요일 이튿날인 지난 2월 13일 서울 명동대성당을 출발, 부산까지 24박 25일간 천리길을 걸어간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제2차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을 맞이하는 이 글귀를 보고 순례단원 모두가 고개를 끄떡였다고 한다. 전국 도보 순례단이야말로 바로 이 같은 사실을 발로 확인했던 장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전국 26곳의 성지와 사적지를 도보로 순례하고 대장정의 막을 내린 전국 도보 성지순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무엇보다 순교신심 고취 사업이야말로 초 교구적이고 범 교회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그 이유는 순교사로 점철된 한국 교회사의 모든 자취와 족적이 전국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여 명의 순례단원들이 교구와 교구의 경계를 넘고 넘어 목적지까지 도착할 때까지 구간구간마다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끊이지 않는 기도와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모두 함께 천리길을 동행해 준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도보 순례를 통해 서울 성인, 부산 성인, 경상도 성인, 전라도 성인이 따로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각 성지의 책임 사제들이 하나같이「도보 순례야말로 한국 교회의 성지순례 관행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 점은 우리 모두 새겨들어야 한다.
관광버스를 대절해 성지까지 오가는 1일 관광식 순례에서 탈피, 가까운 성지를 기도하며 걸어서 순례하는 바람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기를 고대해 본다. 유행처럼 번지는 해외 성지순례보다 한국 성인들의 행적을 공부하고 그분들의 모범을 실생활 속에서 본받기 위한 국내 성지순례가 보다 확산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천년기를 준비하는 한국 교회 차원에서 2천년 대희년에는 각 교구별로 릴레이식 전국 도보 성지순례를 개최, 국내 성지에 대한 관심 고취 및 도보 순례를 확산시키는 일대 운동을 벌여보자고 제안해 본다. 그 구체적인 준비작업은 각 교구 대표자 모임을 통해 진행시키면 될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국 도보 성지순례가 극도의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대 사회의 폐해를 극복하는 일대 정신운동으로 승화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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