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공동 사목교서를 내놓았다. 이름하여「대희년을 바라보며」. 교서 첫머리에서 한국 주교단이 밝힌 바 있듯이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는『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오신지 2천년을 기념하는 대희년을 앞두고 한국의 모든 주교들이 목소리를 모았다』는 데서 우선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한국 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는 80년대 두 차례에 걸쳐 5년씩 공동 교서를 발표한 이래 18년 만의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4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과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가 포함된 80년대의 한국 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는 80년부터 89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졌으며 당시 공동 사목교서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신앙의 심화와 복음화에 매진할 수 있는 구심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근 20년 만에 나온 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는 2천년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천년대로 진입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신자들의 삶의 좌표를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찾아나가고자 하는 우리 교회의 새로운 구심점 찾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번 공동 사목교서의 핵심 주제는 한 마디로『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다시 말하면『소금의 짠맛을 다시 찾는 일』인 것이다. 공동 사목교서는 오늘날 개인과 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음을 개탄하면서 만일 우리 신앙인들만이라도 주변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 세상이 이처럼 어둡고 부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공동 교서는『삶의 방향을 고치고 관성에 젖어 별 생각 없이 걸어가던 걸음걸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로 회개』라고 강조하고 남의 잘못을 비판하고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변화될 수 없음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곧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내가 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모두 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는 결국 주교단을 포함한 한국 교회 전체 즉 신자들의 엄숙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주교단은 우리의 반성을 토대로 2천년 대희년 준비를 위해 향후 3년간 한국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초대 공동체의 정신 실현」으로 제시했다. 본당과 교구, 지역의 경계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로서 가진 바를 서로 나누고 나아가 북한 형제들에게 따뜻한 동포애를 발휘해야 할 것은 물론 민족과 국경을 초월, 전 인류에 대한 사랑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교단의 공동 교서는 2천년 대희년을 향한 한국 교회의 도정에서 신앙인들이 나아가야 할 총체적 가르침의 서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대희년을 맞기 위해 엄청난 준비로 분주한 바티칸이나 여타 국가들의 준비작업에 견주어 볼 때 우리 교회는 지나치게 준비를 아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주교단의 사목교서는 바로 이 점에서 우리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필히 숙독해야 하는 필독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할 때 한국 교회는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공동의 출발점에 함께 설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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