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함께 나눌 때 사라집니다』
81년 당시 대구대교구 서정길 대주교의 초청으로 한국 땅을 밟은 마더 데레사 수녀가 내놓은 가난 구제의 해법이었다. 당시 본보는 물론 국내 매스컴의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취재 속에 한국 땅을 밟은 데레사 수녀 손에는 여벌의 수도복 1벌과 손때가 정겹게 배인 기도서가 전부인 허름하고 조그만 헝겊주머니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름 앞에「마더」가 붙은 데레사 수녀의 정신은 방한 후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이 세상 모든 사람이 가난을 나눌 때 이 세상의 가난은 사라질 것』이라는 마더 데레사 수녀의 소박하고도 단순한 논리는 바로 그녀가 그 삶을 그대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더 데레사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희사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이 세상 어느 곳이라도 가겠다는 소신 속에 살았고 노벨 평화상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기꺼이 수상했었다.
빈자들의 어머니, 사랑의 어머니, 심지어 살아있는 성녀를 의미하는 데레사 성녀로 불리우는 마더 데레사 수녀가 최근「사랑의 선교회」운영을 후배 수녀에게 물려 주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많은 감회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노구를 이끌고 버려진 사람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던 사람, 마더 데레사 수녀가 없는 인도, 사랑의 선교회는 웬지 허전하고 또 막막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그녀가 그리고 있는 발자취와 그녀가 펼치고 있는 사랑의 손길은 크고 또 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령의 그녀가 악화된 건강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고 나온 것 조차도 기적과 같은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한때 마더 데레사 수녀의 건강 상태는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까지 간 바 있고 세계의 매스컴들은 우려의 눈길로 그녀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보도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지금, 세계를 뒤흔드는 몇 사람의 정치가를 제외하고 보통 사람으로서 이렇듯 매스컴의 관심을 끈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병석에 누운 마더 데레사 수녀에 대한 매스컴의 뜨거운 관심은 한 마디로 그녀가 값진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한 평생 해온 그 일들은『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었고 그것은 그만큼 교훈적 삶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놀라운 것은「사랑의 선교회」정신적 지주인「어머니」로 남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중국 선교와 미국의 에이즈 환자 돕기를 남은 삶의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버려진 이들 속에서 찾은 그녀의 삶은 결코 나이도 건강도 장애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사순절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 마더 데레사 수녀의 식지 않는 사랑의 힘, 그 위대한 힘을 우리 모두가 귀한 묵상거리로 삼는다면 그 자체가 값진 일이 될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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