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자란 아들을 데리고 말가리다 가족이 미사에 참례했다. 만 세 살 난 아들은 맹인인 엄마의 안내자 노릇을 곧잘 한다고 들었다.
이 아들을 처음 만났던 작년 초여름,『이름이 뭐지?』『강효석 안토니오예요』
옆에서 엄마가 끼여들었다.『수녀님이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기억도 못하세요』
『아참! 그렇군, 그 이름 잘 지었구먼』『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신부님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요』
『그래? 신부님이 될려면 보통 아이들하고는 좀 달라야 하는데…』
그 후로 이 아이는 집에서 정신없이 놀다가도『엄마, 수녀님이 보통 아이하고는 달라야 한다고 그랬지?』하고는 장난을 그친다고 했다.
말가리다는 여고생 때 한약을 먹은 게 잘못되어 실명했다. 역경 속에서도 맹학교를 다녀 물리치료원을 내어 노모를 모시고 살던 중, 2백주년 기념사업 개안시술로 그나마 10년간은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마흔이 넘어 척추장애인과 혼인하고 그 후 과로로 시력이 나빠질때마다 안타까워 하는 나를 보고『괜찮아요 수녀님. 평생을 못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십 년간 볼 수 있게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저 축복 많이 받았어요. 신부 된다는 아들까지 얻었으니까요. 핏덩이를 데리고 왔을 때는 어떻게 키울까 하고 눈물 밖에 안 나왔는데 벌써 다 키웠잖아요. 맹인선교회에도 자주 나가는데 컴퓨터도 배워 언젠가는 자서전도 쓰고 싶어요』
우리는 그날 성모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사진 찍는 게 취미란다. 아무리 찍어도 사진 한 장 못보는 아내 몫까지 두고두고 보려는 심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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