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다시 부활대축일을 맞았다. 부활대축일은 일년 중 가장 큰 축일이요 신앙의 중심이고 핵으로써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최대의 경축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해 부활절은 참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맞이하게 됐다. 우리 교회가 몸 담고 살고 있는 이 땅의 세속 사정이 정치 경제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 교구장들도 부활 메시지를 통해 바로 이 같은 국내 현실에 대해 일제히 언급하면서 난국을 극복하는 데 신앙인들이 먼저 앞장서 모범을 보이자고 촉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 소금의 짠 맛을 다시 찾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교들의 이 같은 촉구는 우리 교회가 먼저 자기 반성을 해나가자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일은 우리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들을 한 가지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교구장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까지도 관심의 초점이 신앙과 영생과 같은 중차대한 일에보다도 현세의 생명과 사정들에 맞추어지고 있음을 나는 사목 현장에서 발견하고 크게 상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교회 구성원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리고 이번 교구장들의 부활 메시지 내용은 한 마디로 지난 사순절에 발표된 한국 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주교단의 공동 사목교서는 2천년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천년대로 넘어가고자 하는 시점에서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신자들의 삶의 좌표를 다시 한 번 마음모아 정립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내가 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고난과 십자가 없이 영광이 없듯이 죽음없이는 부활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소속된 가정과 직장에서 우리 스스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된 불의를 거부하는 용기를 지녀 가질 때 죽음에서 생명에로 넘어가는 부활의 신비를 산다고 할 것이다. 우리를 통해 주님의 부활이 지속되도록 다같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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