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거리에 나가면 대형 간판들이 부쩍 눈에 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집채(?)만한 간판 때문에 먼 산의 아름다운 배경도 잘리거나 가리워지고 만다. 아무래도 간판은 더이상 커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성경책은 좀 작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전번 교리시간이었다.『성서를 펴실래요?』하고 몇 번 말했으나 성서 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어떻게 수녀님은 가져오면 안 쓰고 안 가져온 날은 쓰시고 그래요?』『그러니까 항상 가지고 다니라는 것 아니겠어요』『너무 무거워서 그래요』
사실이 그렇다. 신구약 합본은 너무 무겁고 큰 느낌이다. 게다가 표지는 검정색이다. 하느님의 말씀이라 무게 있고 근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일까 하나같이 검정색이다. 그뿐이랴, 성가집 기도서 성무일도서 등도.
이왕이면 예쁜 색깔에 표지 그림도 결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서 표지 색깔을 다른 것으로 바꾸지 못하는 데는 무슨 성서적인 이유라도 있다는 말일까? 참으로 아리송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가 쓰는 기도서와 성경책은 모두 회색 표지를 씌워 쓴다. 여기에는 검정색에서 오는 부담(?)과 분심을 덜자는 이유도 있다. 여하튼 성경책이 작아서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아울러 여러 가지 색깔과 형태로 만든다면 지금보다 훨씬 구독률이 증가할 것 같다.
성경을 바로 곁에 두고 좋아하는 음식처럼 맛있게 씹어 먹게 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성서읽기운동도 벌이는 판이다. 하기야 나의 대모님은 이미 신구약을 68번을 읽었으며 죽기 전까지 32번을 더 읽어 1백 번을 채우겠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다. 성경을 매일매일 정성껏 읽고 씹는 일처럼 신앙인의 큰 재미는 또 없으리라. 그러자면 성경책의 표지부터 좀 바꾸어 보자는 게 나만의 엉뚱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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