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부푼 戊午 새해아침이 밝았다.
지구는 또 한번 태양을 중심으로 3백65번의 회전을 시작한다. 나의 포부와 결심은 새해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말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인생을 곧잘 한 장의 도화지에 빗대어 말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생애란 너 나 할 것 없이 하느님으로부터 도화지 한 장과 필묵을 받은 것과 같다고 하겠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장의 그림을 애써 그리다가 마침내 그 그림을 들고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게 된다.
그때 하느님이 좋은 그림으로 받아주신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일이라도 보시고「에이 그림이 뭐이래. 성의가 없군」하면서 불속에다 쳐 넣어 버린다면 이에 더한 슬픔과 비운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세상에 사는 동안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잘살려 주어진 형편에서 가장 완전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보다 그래도 도화지의 여백이 더 많이 남았고 기왕 나쁘게 된 그림을 좋은 그림으로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더한 희망과 기대로 말하게 되리라. 새해에는 나와 우리사회 모두가 정직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우리가 삶을 이루어가면서 숱한 인간관계에 부딪히고 상하 또는 평교간에도 상응한 禮를 다한다. 그 가운데는 그만한 존경과 대접을 받아야할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어른노릇을 한 번도 못해본 사람들이 갑자기 윗자리에 앉으면서 큰 소리만 쳤지, 어른답지 못하고 부정직하다면 그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연말 여당권내 한 국회의원이 수회협의로 구속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앉아 부당 이득을 취할 것만 궁리하였다면, 그래서 그 속된 것이라면 우리와 우리세계는 그 얼마나 답답한 것인가. 벌써 옛 얘기가 돼버렸지만 내가 군 정훈장교로 일하던 시절, 일부 부정한 군인들의 봉급을 아까와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軍隊白書까지 쓰고자 했고 결국 그것은 나의 능력과 선을 넘는 것이어서 중도에 그만두어 버렸지만….
사실 오늘도 우리주위에서 일하는 만큼 그만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정직한 자격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 교회는 새해 첫날을「평화의 날」로 정하고 있다.
평화란 원래 平康을 가리키는 것이며 평강이란 곧 구원의 의미와 실로 정직한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새해에는-「이리참화」도 큰일이지만-국회의원이 그 속되고 검사 부인이 20억을 먹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우리자신과 우리사회가 공동책임을 뜨겁게 느끼고 하느님께 질책 받지 않을 정직한 한해, 멋진 그림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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