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는 최근 사회와 교회의 관심 밖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불우시설 어린이들을 위해 사랑의 모금운동을 호소하고 있다. 「어린이의 손으로 불우어린이를 돕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사랑의 모금운동은 각 본당 주일학교와 유치원의 어린이들을 위시하여 각 가정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지난 성탄절부터 서울전역으로 많은 호응을 받고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새해벽두에 들려오는 참으로 흐뭇한 소식이고 도 아주 훌륭한 착상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운동은 서울지여에서만 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 각 교회에서 또 교회만이 아니고 전 국민적으로 그 실천이 확대되어 나갔으면 한다.
우리사회에는 많은 기아 정박아 신체부자유아 나환자자녀 농아맹아 정서장애아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상태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과 같이 어린이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하여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상태로서 예수께서는 항상 특별한 사랑을 표시하셨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사회나 교회가 각종의 불우한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였던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한 때에 서울 사회복지회가「불우한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자」는 모금운동을 제창한 것은 참으로 시의에 알 맞는 밝은 비견을 제시한 것으로서 거듭 찬의와 격려를 드리는 바이다.
여기서 교회가 그 본질적 사명으로서 주장하는 사랑의 실천에 대한 몇 가지 견해를 피력해보고자 한다. 즉 사랑은 구체적, 항구적, 습성적이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一) 구체적 사랑. 사랑은 추상적일 때에는 의미가 없다. 꼬린토전서 13장의 사랑을 아무리 알고 외쳐도 구체적으로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행하지 않을 때에는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사랑의 주체와 객체와 목적이 뚜렷했을 때에 사랑이 구체화된다. 가령 불우이웃을 돕는다 할 때에도 약간 추상적이고 막연한 감을 감출 수 없다. 그것이 양로원의 노인, 보육원의 고아·농아·맹인·시설에 수용된 신체장애자등 그대상이 보다 더 구체화될 때에 이를 도우는 운동이 그 객체와 목적사항이 명확하고 집중되어 실효가 크게 되고 또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二) 항구적사랑. 일시적 사랑도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사랑은 항구적으로 지속되어야만 더욱 가치가 크고 효과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사회에는 어떤 재해를 당했을 때에나 설날 성탄 등의 어떤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사랑의 돕기운동 같은 것이 폭발하였다가 곧 물거품처럼 살아져 버리는 수가 많음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말하자면 일시적 감상적 사랑에서 탈피하지 못한 느낌이다. 사랑은 물론정감에서 우러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이를 감정의 차원에서 이성과 의지의 차원으로 상승할 때 비로소 지속력과 항구성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불우한 어린이들을 불우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항구적으로 돕기 운동을 통해 그들의 항구적인 복지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실로 획기적인 시도로서 이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또 다른 모든 사회복지사업에 좋은 선도적 모범이 되리라 믿어지기도 한다.
또 우리현실에서 볼 때 시작은 있고 끝이 없다는 말이 많다. 모든 좋은 착상과 사업들이 시작할 때는 화려하고 기세당당하나 얼마못가서 흐지부지 끝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탄식의 소리가 높다.
그러므로 모처럼의 좋은 이 운동을 착실하게, 끈기있게, 확고하게 터전을 닦아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다.
(三) 습성적사랑. 사랑은 우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습성적으로 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속담에「세 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습관은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 사실이다.(習性成)
어릴 때부터 남을 도와주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 더우기 어린이끼리의 동료의식, 연대관념 같은 것을 심어주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서교육은 물론이고 그리스도교의 기본정신을 뿌리 깊게 박아줌으로써 크리스찬적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교황 바오로 6세의 79년도「평화의 날」메시지의 마지막 한 귀절을 인용하겠다.
「새로운 세대의 어린이여러분은 사랑하는 습관을 지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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