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성소에의 길을 작정한 그 순간부터 수없이 다짐해온 것이지만 막상「인사명령」을 받아놓고 새로운 임지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또 한번 사제는 혼자인 인간적 고적감을 되씹게 된다. 물론 사제는 한곳에 정착하여 그곳에서 전적인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곳에 있는 동안에는 그 신도들과 함께 사는 안정된 생활모습을 보여야 한다.
바로 여기에 사제다운 생활윤리와 안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2년 가까운 세월동안 사제된 보람과 꿈을 키우며 나의 사제적 인격형성을 도모케 해준 정들었던 남산동을 떠나면서 만 가지 상념에 젖게 됨은 인지상정이리라.
처음에는 냉랭하기만 하던 본당 風情이 세월 따라 제법 친숙해진 탓인지 이젠 보는 신자들마다 따스한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게 되니 그만 떠나란다…
사제의 거취는 집도 절도 없었던 스승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모방하는 방랑자, 그래도 의미 있는 방랑자가 되어야 하나보다.
성직자 수도자를 수없이 배출하였고 50여년의 본당역사와 전통 속에 지역적으로도 성모당과 교구청 교회학교와 수녀원등을 끼고 있어 비록 교통이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 반면에 그만큼 전례적 분위기가 더 잘 이루어지던 곳.
그래서 스스로 聖地라 명령하고 자랑하던 남산동 본당-.
이제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성의 있는 참여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었던 두 차례의 하게 산간학교, H여중 교정에서 신자들과 함께 마음껏 뛰놀며 즐기던 본당설정 50주년 행사, 남산동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설레임을 안겨주던 성탄절, 대림절 9일기도,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신앙강화주간, 꾸르실리스따의 모델 피정을 시작으로 연 4회에 걸친 소단위 묵상회, 그리고 전 신자들이 참가한 사랑의 공동체 대 묵상회, 작년5월「루르드」성모동굴 앞에서 8백여 신도들이 참가하여 손에 촛불을 들고 35개 쁘레시디움을 서약하던 레지오 봉헌식, 본당 신자들의 일치단결된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주임신부님의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행사 등등.
지나온 세월과 일들을 생각하노라면 모두가 아쉽고 그리운 추억들이다. 그동안 불편하고 노여운 정도 많았지만 한갖 인간에 불과한 나의 행적들을 더듬어 볼 때 본당과 신자들에 더 없는 애정과 정성을 보내면서 나의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사실 이곳을 더 나자니 발걸음이 무겁고 悔恨과 孤獨이 전신을 엄습해 오지만 이곳은 나의 사제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해주었고 어쩌면 평생을 통해 잊을 수 없는「마음의 고향」이 되기도 하리라.
나의 지나간 추억들이 그토록 열성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면 또 사제의 길이 고적한 것이기는 해도 항상 오늘일의 경과가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띤 것이라면 새로운 세월을 준비하면서 나의 사제된 꿈과 소망들을 한데 모두어 追憶을 未來에 장만하리라.
참으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신자들의 소리 없는 박수와 격려가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줄진대 사제는 결굴 혼자일수만은 없고 신자들과 함께 신자들안에서 사는 기쁨을 누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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