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월호 「경향잡지」에 실린 김경환 신부의 「교회 재일치 운동은 가능한가」하는 기사를 읽고 내 나름대로 느낀바가 있어 제언하고자한다. 물론 이글은 「경향잡지」사로 보냈어야했지만 교회 재일치를 위한 기도주간이 임박하기에 시보의 「제언」의 자리를 질리고자 한다.
김신부는 한국에서의 교회 재일치운동의 가능성에 비관적이고 비판적인분석과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의 분석과 비판이 비현실적이라든가 왜곡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동안 옴으로 양으로 교회가 전개해오던 모든 노력을 간과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
그뿐 아니라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선의의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비관이 되지 않을까?
따라서 교회일치운동을 저애하고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된다. 제대로 전개되지 않는 운동이면 오히려 시정해야하고 격려하고 지도해서 활발한 운동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신부가 지적했듯이 가톨릭과 개신교간의감정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를 전후해서 크게 호전되었다.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나 이제 서로 이해라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누가 무어라해도 발전이 아닐 수 없으며 이 같은 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교회의 재일치를 염원하는 마음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와 같은 노력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교회 상호간에 얼마나 더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 절대로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회의 재일치는 반드시 우리가 원하고 계획하는 대로 성취되지 않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성취된다고 공의회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교회간의 재일치를 위해서도 기도와 염원과 노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톨릭과 개신교간의 재일치운동을 저해하는 원인 중에 김신부가 지적하는 둘째원인은 양교가다같이 신앙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물론 교회의 재일치는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은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이 한 하느님을 믿고 한 교회를 한 세례를 갖도록 할 것이다.
아무리 크리스찬들이 갈라져 있다하더라도 완전한 믿음을 가진다면 모두가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앙이 먼저냐 교회재일치가 먼저냐 하는 것이다.
신앙이 있어야만 교회재일치가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교회 재일치를 위해서 노력하고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더욱 완전해 질수도 있지 않을까?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교부들은 교회 재일치운동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운동이 아니라 크리스찬이면 모두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교회의 재일치를 위해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더 깊어지고 굳세게 되며 아량과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교회 재일치운동은 신앙을 강화하는 방법도 되는 것이다.
김신부의 글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분석의 원칙을 이루고 있는 교회재일치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교회의 재일치를 순전히 기구적인 재일치 조직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재일치만을 생각한 것 같다.
한 교리와 한 규율과 한 조직 안에 모든 교회를 합쳐야 만이 교회일치가 완성된다고 본 것이 그의 교회일치 개념이다.
이러한 사상이 반드시 오류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자칫하면 순수인간적인 재일치를 모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교회 재일치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하느님이 원하시는 시기에 이루어진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렇다면 어떠한 일치를 모색하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오직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교회 재일치를 위해 노력한다는 그것만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상 이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여러 가지 있다.
개신교와 그 신자들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첩경이 아니겠는가 또 개신교의 신앙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자신의 신앙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도 될 것이며 가톨릭신자들이 복음성서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신교신자들의 공헌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신교와 재일치하고자하는 노력은 가톨릭교회 내에 번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분열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사실 개신교와의 재일치 이전에 가톨릭교회내의 재일치가 더 시급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교회 제일치를 위하는 사람이 더욱 분열할 수는 없지 않는가?
끝으로 김신부의 글이 우리들에게 교회 재일치운동을 다시 한번 각성시키는 의미는 지니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우리 신자들끼리 이 문제를 두고 좀 더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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