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장치에 노래 가락이 나오자 첫음을 유창하게 따라하여 전부「태극기」를 합창하게 한 순도의 해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의 눈은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귀에 혹이 나서 왼쪽 귀 절반이 잘리우고 게다가 혓바닥에 차츰 커가는 혹부리 같은 그것이 자라서 터지면 순도는 죽는단다. 금년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만4세의 순도는 두 주일에 한 번씩 왕진오시는 선생님이『아직 살아있구나』하는 말이 순도에겐 어울리지 않는 인사이고 보니 부모의 축복 없이 이승에 태어남도 한스러운데 엄청난 죽음을 알지 못 한다는 게 요행이라면 어처구니없는 노릇 일게다.
엊그제 시청에서 온 화영이(임시 붙여진 이름)는 엄마를 부르며 보육원을 떠나갈듯 보채며 복도를 서성거리기만 한다. 곧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여늬 아이처럼 어울려 질테지만 참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에게 단한번의 미소를 보내어 아이들 마음에 평화로움을 갖게 했는지 이지면을 통해 반성해본다.
갖난 아이서부터 만 5세의 연령으로 60여명의 단출한 식구이다. 수녀님들의 잔손길로 모두 가정 아이처럼 티 없이 자라나고 있지만…
결국 고아라는 테두리는 각자가 죽는 날까지 벗어버릴 수 없을 것이라 느낄 때 짧은 시간을 이집에 나의 전부를 바치게 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어느 날 아픈 활동단원을 위문가기위해 보모 몇이 제일 나이 먹은 경숙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었다.
생전 버스타고는 대낮에 병원 갈 때 몇 달 만에 한번쯤 가볼까 할 정도인지라 어두운 거리와 휘황찬란한 네은 굴과 차속의 많은 인파에 눌려 내릴 때까지 울어버린 경숙의 마음을 제각기 헤아려 보노라 안타까와하며 함께 신기하게 느낀 적이 있었다.
이 넓은 세상에 천태만별의 직업이 있는가하면 천태만상의 장소와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행복하고 즐겁고 기쁠 때는 어느 누군가 슬퍼하고 괴로와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산다면 좀 더 삶이 숙연해질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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