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 人間이라는 말은 間에 액센트가 있다.』고 하시던 서울 소신학교 J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게 울려오는 것 같다.
옛말에「人生七十古來稀」라 하였는데 나도 싫든 좋든 반평생을 살아온 셈이다.
그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으며 어떤 인간에의 길을 달려왔는지 한번쯤 조용히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실로 우리의 생애란 먼저 배우면서 살고 살면서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 국민학교에 들면서부터 두 번의 대학을 마칠 때까지 20년 이상의 학창생활이 진정한 교육단계 일런지는 모르지만 상하급자를 모시고 거느리던 군대시절, 그리고 보좌신부생활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간관계속에 얽히고 설켜 어떤 人間修業을 쌓아왔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들도 많았다.
음덕-. 이제껏 살아오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이단시하고 배척하여 왔다면 나의 지나간 생활은 어떠하였을까.
한편 途中下車에서 오늘의 사제된 나는 없었을 런지 모른다. 내가 밤에 자리에 들어 편안한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도 나의 부모님께서는 몸은 비록 멀리 계셨지만 나를 위한 큰 격정과 기원을 세 번하셨다고 한다.
아들신부의 미사 중 강론 때 그 강론의 성공을 위하여 묵주 알만 굴리신다는 어머니의 모정을 잊을 수 있을까. 나 자신 덕이 있고 없고 간에 그런대로 오늘의 사제생활을 이루고 있음은 지난날은 사님들, 윗어른과 동료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의 음덕인줄로 알고 있다. 부제 때 신품피정을 앞두고 2만여번의 성체조배와 9만여번의 화살기도를 바치겠다던 어느 수녀원수련수녀님들은 아직도 열심히 기도해주시겠지.
아무든 나의 인간수업은 은혜를 먹고 은혜 속에 묻혀서 사제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의 지난날은-지금도 그렇지만-줄곧 어른들만 모시고 그 그늘에서만 지내온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것은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요 배울 것이 없다면 이제 그만 세상을 마감할 날과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작년에 은경축을 지냈고 내가 주임사제로 모셨던 C신부님은 나를 떠나보내면서『아직도 인생이 구만리같으니 남는 것은 걱정뿐이라』고 하셨다. 생각하면 오늘의 나 역시 얼마나 불안하고 한심한가. 성무일도를 보다말고 하루생활을 반성해보면 잘한 일보다는 잘못하고 잘못된 것이 더 많은 날들이었으니 이래도 나는 교회공직자요 사제인가.
이제 음덕과 人間의 의미를 재삼음미하며 언제까지나 은혜 속에 묻힐 수밖에 없는 인간에의 길·사제에의 길을 가면서 참으로 바랄만한 미래의 자아상을 설계하여야겠다.
보이지 않는 미래와「흔들리는 터전」위에서 부단한 인내와 용기도 배우고 싶다.
밤늦게 고민 많은 신도가 가뜩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휭설수설하는 것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겨운 일이라도 우리의 건강한 내일을 위하여 축배를 들어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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