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은 불란서 사람 라올흘데로가 나환자에게 인류애를 발휘하자고 제창한지 꼭 24번째 되는 세계 나병의 날임과 동시에 1968년 한국 주교단이 제정한 11번째의 구라구일이다.
이 날을 제정한 의의는 나병(한센씨 병)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고 고통 받는 나환자들을 위해 기도드리고 그들을 도와 인류애와 형제애를 실천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나환자는 우리의 가장 불우한 이웃들이다.
즉 그들은 병으로 고민할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고 고향과 부모형제를 떠나 가난과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인생을 비참과 살아가며 그들의 자녀들마저도 냉대와 소외를 당하는 너무나도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인간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과 서러움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우선 우리는 그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구약의 말씀대로 나병이 죄의 징벌이라면 우리가 받을 징벌을 그들이 대신 받고 있는 것이며 또한 속죄를 위한 것이라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든 이의 죄를 대신 속죄할 희생의 제물로 나환자들을 뽑으셨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을 징벌과 고통을 그들이 대신해서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환자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냉대는 바로 우리들 자신에 대한 냉대이며 인류와 하느님께 더욱 득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류로 하여금 이병을 끝내 극복할 수 있게 하시어 오늘날에는 불치의 병도 아니며 난치의 병도 아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만하면 그 무서운 후유증 없이 깨끗이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불치의 병이라는 편견과 오류는 이젠 옛말이 되었다. 또 이병은 나균에 의해 전염되는 피부병의 일종일 뿐 유전병은 더욱 아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천2백만명의 나환자가 산재해있고 우리나라에도 양성 음성 나환자가 등록 미등록을 합해서 약 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동록 나환자는 약2만8천명이며 그 중 양성 환자는 약8천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라 현황을 보면 약5천명의 환자가 국립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약2천명의 불구자를 5개수용소에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에 대소 93개소의 정착장에 1만9천명(나환자가 9천8백명 그 가족이 9천2백명)이 정착하여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다.
구라사업은 의료사업(나환자의 발견, 예방 입원 치료 성형수술 정형수술 대수술 불구자수용보호, 이동진료 등) 및 교육사업(기술 영농교육 신앙교육 자녀교육 등) 그리고 자립사업(정착장및 재가 나환자의 자립지원 부녀회육성 취업 등) 및 계몽 후원회 육성사업(나병의 대중계몽 구라후원단체의 개발육성 등) 등등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각종 구라사업이 산적해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사업들은 지금까지 몇몇 나사업가들에 의해서만 헌신적으로 수행돼왔을 뿐 교회안의 대다수신도들이나 일반 국민은 거의가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각종 구라사업을 통하여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다운 삶을 영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는 종교단체나 나사업가 등의 희생과 득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책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하며 나아가 범국민적인 구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적어도 구라의 날 하루만이라도 관민이 일치하여 전국적인 홍보와 계몽을 실시한다면 국민들의 구라의식이 제고되고 모두가 동포애를 발휘할 것이다.
나환자 돕기도 수재민 돕기나 불우 이웃돕기 못지않는 사랑의 캠페인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모든 신도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그들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보속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한 그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진정으로 사랑하고자 한다면 몇 푼의 구라주일헌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라사업에 뛰어 들지는 못해도 구라후원회(릴리회)등의 회원이 되어 매주 또는 매달 담배 한 갑, 커피 한잔정도는 절약하여 그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릴리회원들이 지난해 보내온 후원금은 1천6백만원에 달했는데 우리교회의 작년도 구라주일 헌금은 겨우 1천1백만원에 불과했다고 하니 우리들의 사랑의 척도는 평균 1인당 11원이었음을 실증하고 있다.
그들 나환자들은 우리의 따뜻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참으로 남이 아니라 교통 받는 다른 「나」인 것이다. 누구나 만일 자신이 나환자라면 사랑의 온정을 얼마나 애타게 갈구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누구도 그들을 외면하거나 못본 체 하지 못할 것이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하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면 진정 우리는 그들을 내 몸같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불우한 나환자들을 위해 아낌없는 희생과 노력을 다하고 있는 나사업가 제위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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