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운 날이면 경주에서 오신 수녀님은 학교나무 그늘에 있는 우리 집 평상에서 공소 교우들과 공소예절을 드렸다.
고상은 큰 나무 가지위에 모셨다. 교우래야 우리 집 아이 몇과 나 그리고 2ㆍ3명과 수녀님 뿐이었다. 수녀님은 성가를 지도해 주시고 성경구절을 말씀해 주셨다.
8남매의 어머니인 나는 가축과 가사를 돌보면서 성당에서 주신 카-드를 들고 장날이면 애기를 업고 일찍 집을 나와 동사무소에 가서 교우들을 찾았다.
이사 간 사람 냉담한 사람 그러다가 공소가 있느냐고 (공소래야 우리 집 안방이지만) 반가와 하는 교우를 만난 날은 한없이 기뻐 걸음도 가벼웠다.
그러다가 그해 가을에 결핵이라는 중병에 걸렸다. 각혈까지 했다.
누워 못 일어나는데도 일요일이면 교우들이 찾아왔다. 수녀님과 다른 교우들은 학교교실에서 공소예절을 드렸다. 의학의 발달로 봄에는 성가의 악보를 큰 종이에 그렸다.
누웠다간 또 쓰고 해서 하루 종일 걸렸다. 그리고 나면 3ㆍ4일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굳게 믿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꼭 나에게 건강을 주시리라고…. 지금은 두루말이로 두 개가 되는 그때의 성가가 공소용 성가집과 교우들이 가지고 있는 성가집 때문에 부엌 (공소) 선반위에 쓸모없게 놓여있지만 내가 볼 때는 그때가 생각이나 소중이 여겨진다.
11월로 공소가 시작된 지 10주년. 작년에 경주본당 崔재명씨의 도움으로 3칸 집을 매입하여 방 2칸에서 22세대에 예비교우 9~10명, 아동교리반 아이들이 10여명, 이렇게 60명이 넘는다.
시골 방이라 2칸이지만 테불을 놓고 보니 年 2회 판공 때는 천국에 갈려면 이렇게 고생을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비좁다.
이제 부산 영주동 성당에 계시는 韓크리스띠나씨의 도움으로 큰 고상을 모셨고 마리아상, 14처 축성한 큰 초성서 (공동번역), 성가집 (공동체) 이렇게 도움을 받았다.
은혜에 보답하고자 성경을 읽고 성가를 배우고 있다. 한 톨의 밀알이 썩어서 30배, 60배, 90배가 되는 듯 나도 건천공소를 위해 좋은 땅에 떨어진 한 톨의 밀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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