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반응이 왔읍니다
『뭐여? 너 미쳤냐! 미쳤어? 못한다! 죽으면 죽었지 나는 못한다!』
어머니는 한마디로 펄쩍 뛰셨읍니다.
『아이고、참! 애기씨도 딱도 하시군요.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괜히 남의 웃음거리 되지 말고 마음을 돌려 잡수세요. 애기씨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는 아니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올케언니도 너무 어이가 없다는 듯 말끝을 흐렸습니다.
뻔한 일이었습니다. 애당초 어떤 결론을 기대하지 않았음으로 저는 당황하지 않았으며 오직저의 뜻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그 이듬해 초여름.
홍천언니한테서 해산을 한다고 저들을 다 오라는 편지가 왔읍니다.
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읍니다. 이번에 집을 떠나면 아예 집으로 오지 않고 그분한테로 갈 결심을 하고 옷 몇 가지와 가톨릭기도서와 교리서를 가방 속에 챙겨 넣고 언니 댁으로 갔읍니다.
그분이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그분과 같이 살려면 성세를 받아야하고 영세를 하려던 교리와 12단을 외워야만 했읍니다.
다행한 일은 언니네 시할머님께서도 마침 천주교 신자여서 주일날에는 할머니를 따라 그곳 홍천성당에 나갈 수가 있었읍니다. 저는 시간나는 대로 열심히 읽고 외웠습니다.
밤이면 잠을 자지 않고 부엌에서 밥을 지을 때면 기도서를 부뚜막위에 펼쳐놓고「주의기도」부터 열심히 외워갔읍니다.
그런 저를 보고 성당엘 다니지 않아 이해 못하는 언니는
『너 언제부터 그렇게 성당에 미쳐 버렸냐』
하시며 은근히 꼬집기도 하였읍니다. 언니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교리서와 기도서를 붙들고 씨름을 하는지를 알 까닭이 없었읍니다.
한 달 동안 언니의 해산시중을 들어드린 저는 돌아오는 길에 대전에서 조금은 망설여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 채 집으로 가지 않고 그이가 있는 간행 버스에 올라 앉아버렸읍니다.
가로수를 뒤로 제치며 그이를 향하여 달리는 버스에 앉아 저는 다시금 제 마음을 다짐해 보았습니다.
『나는 정말 감상에 지나지 않는 웃음거리에 그치고 말 것인가. 내가 만일 그이한테 뛰어들었다가 견디지 못해 탈선한다면 그것은 아예 발을 내딛지 아느니만 못할게 아닌가.
허나, 가야지. 그이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분이다. 그이의 엄청난 고통을 내 힘으로 덜어드릴 수 있다??? 내 사는 것 결코 헛되지 않으리.
어쩜 그이는 내가 항상 그리던 내 이상 (理想)의 사람이다. 다정다감하시고 이해성 많고 양심적이고… 그이의 모두를 사랑하게 된 나. 꼭 붙들고 놓지 않을 테다. 나를 멀리하려는 그이의 편지는 내 마음을 더욱 굳어지게 할뿐이다.』
방에 들어서는 저를 본 그이는
『아니, 순아씨! 또 왔군』
『에, 이번엔 아주 눌러 앉으려고 왔어요.』
『뭐라고?』
『이젠 집에 안 갈거예요!』
『이봐요、순아씨』
『아무 말씀마세요. 아무리 정을 떼려 해도 소용없어요. 그러면 그럴수록 저는 점점 더 한철씨와 가까워지고 말테니까요』
다시금 바쁜 생활이 계속되던 며칠 후 기어이 일은 터지고 말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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