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저를 데리러 온 것입니다. 언니가 사준 어머니 옷을 부쳐드렸더니 제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아신 모양입니다.
『종순아』큰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들어서는 오빠는 금방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서 앞장서라』
『싫어요.』
『어서 앞장서지 못해?』
『싫어요. 저는 이미 결심했어요.』
『닥치지 못해? 어서 앞장 서』
『싫대두요.』
이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가자마자 제 눈에서는 번쩍하고 불꽃이 튀었습니다.
고분고분하지 않는 저의태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오빠는 우악스런 손으로 제 뺨을 후려친 것입니다.
볼이 얼얼하고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네가 결혼에 실패를 했냐. 연애하다 실연을 당했냐. 곰보냐 병신이냐 응?
멀쩡한 처녀가 무슨 미친 지랄여』
『오빠』
『잔말 말고 어서 가』
『못가요! 안가겠어요』
『뭐여?』
『오빠! 제발 이러지 말아주세요. 저를 이대로 놔두세요.』
애원하다시피 통사정을 해봤지만 이미 이성을 잃고 있는 오빠에게는 통할리가 없었습니다.
서로 끌고 당기는 실랑이로 제 옷은 따지고 찢어져 나풀댔습니다.
『정 못 가겠냐』
『놔두래도요』
『오냐! 좋다. 정 못가겠으면 죽여 놓고 가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오빠는 틀어쥐고 있던 제 팔목을 홱 뿌리치고 모퉁이로 들어가더니 몽둥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내 동생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여 버리겠다. 내가 가던 너를 죽여 놓고 가지 그냥 갈 줄 아냐? 기어이 여기서 살겠다면 죽여주고 가마』
저의 몸에는 이성을 잃고 폭군처럼 날뛰는 오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수없이 와 부딪혔습니다.
오빠와의 실갱이로 머리는 흐트러지고 옷은 찢어 얼얼했습니다.
방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누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쓴 약을 마시듯 몸부림만 치던 그이의 애절한 호소에 오빠의 몽둥이 뜸질은 멎었습니다.
저를 자리에 조용히 불러 앉힌 그이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순아! 왜 이렇게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거요.』
오빠를 따라가요. 그것이 나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요』
그이는 저를 설득시키려 애썼고 오빠에게도 많은 사과를 했지만 오빠는 들은 척도 안하고 담배만 뿍뿍 펴댔습니다. 저는 오빠에게 개 끌리듯 끌리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네가 뭣 때문에 고생을 짊어져서 하느냐말여.』
차라리 같이 죽자고 울며불며 저를 붙들고 흔들어대던 어머니는 그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끝내는 포대기 끈을 가지고 당신 목을 조르며
『차라리 내가 죽어야지, 평생 저 꼴을 보느니 내가 죽어야지』
하시며 몸부림치셨습니다. 또 한번 모진 바람이 불고 갔습니다.
그날 밤 온몸이 쑤시는 속에 잠자리에 드니 잠이 올 리가 없었습니다.
오직 그이 생각뿐이었습니다.
『한철씨! 이 밤을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오빠의 그런 행패를 보시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세요? 위로를 해드려도 모자랄 당신한테 오히려 이런 정신적인 고통을 드리다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하지만 한철씨! 시련이예요. 어차피 넘겨야할 시련 아녜요? 견디세요! 참고 견디세요. 기다리세요! 기다리세요. 어떻게든 이겨서 꼭 당신 곁으로 갈테니까요.』
어느새 벼갯닢은 눈물로 흥건히 젖었고 북받쳐 오르는 오열을 참지 못해 한없이 흐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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