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옛날부터 내려오던 관행으로「첩신코훼」라는게 있다.
옛날에는 웬만큼 살만하고 지체가 높아지면 첩을 거느리는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
본처 외에 첩을 둔다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고 둘ㆍ셋을 거느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본처는 첩에게 빼앗긴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갖가지 미신을 동원했다.
그중의 하나가「첩신코훼」다
남편의 사랑을 빼앗은 첩의 신발을 슬쩍 훔쳐 신발의 코를 자른다. 잘라낸 신발코를 불에 태워 가루를 만든 다음 그것을 남편 모르게 술에 타 마시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남편의 사랑이 떨어져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미 신은 우리여성들에게 널리 쓰여 日帝때는 서울에서 기생방을 출입하는 남편들의 사랑을 돌이키기 위해 기생집에 숨어들어가 기생들의 신발코를 베어오는 가정부인들이 많았다.
이처럼 우리풍습 가운데는 축복보다는 저주를 사랑보다는 미움을 비는 것이 많았다.
그렇게 外患에 시달리고 內患에 부대끼면서 살아온 민족인 것이다.
그래서 욕설도 저주하는 내용의 것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니라 첩외 신발 코를 자르며 살았던 우리 韓國여성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첩신코훼」라는 미신이 생겨난 것은 우리 韓國女性의 지위가 빚어낸 갈등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부사이가「同行의 관계」가 아닌「主從의 관계」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출가하면 지아비에 절대복종해야했으며 그 지아비가 첩을 하나 얻건 둘을 얻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는 일찍부터「부부행동」관계가 확립되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누구를 가정에 초대할 때는 초청장에 부부의 이름을 다 같있는다. 가령 초청장에 남자의 이름만 쓰면 초청을 받는 사람은「이 사람이 홀아비인가」하고 생각하거나 독신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까 부부의 이름을 같이 쓰고 부부의 이름으로 초청을 하는 것은 그 가정이 한 남자의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의 共有의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英國에서는 20달러이상을 지출할 때 단독으로 결정하는 일이 없다.
남편이 20弗이상을 쓰고자 할 때는 꼭 부인의 동의를 얻는데 의논할 시간이 없으면 전화를 걸어서래도 양해를 구한다. 20弗이라야 우리 돈으로 1만원밖에 안 되는 것인데 그까짓 1만원을 쓰는 것 가지고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공처가의 짓이 아니냐고 언짢아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정이 부부공유의 것이라는 관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최근 檢事부인이 20억원이 넘는 거액의 사채를 지고 뺑소니쳤다 잡힌 사건이라 던지 교사부인이 2천만원을 갖고 도망친 사건 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이들 남편들은 한결 같이 부인에게 경제권을 주어왔기 때문에 부인이 부동산투자를 했는지 계를 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이들도 英國의 부부처럼 1만원 이상을 지불하는데 부부의 동의를 얻어 해왔더라면 그런 어마어마한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첩신코훼」의 비극적 존재였던 우리여성들이 同行의 수준을 깨뜨리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가정은 어느 한쪽의 소유가 아니라 두 사람 共有의 城이라는 관념, 그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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