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근무하는 탓으로 내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짧고 귀중하다.
항시 가슴속엔 엄마를 그릴 아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탓으로 더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요구조건이 다르고 해주어야할 일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때는 밤12시가 되어야 자는 때도 있고 2학년생인 맏딸과 같이 숙제를 풀다보면 시간이 깊어지는 줄 모를 때도 종종 있다. 훈이는 이제 세 살. 집이 학교 옆에 있기에 아침마다 학교마이크에서 국기를 계양할 때마다「애국가」가 나온다. 몇 번을 듣더니 이젠 큰소리로 혼자 부른다.
우리 식구 모두는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불러대는 훈이의 애국가를 몹시 칭찬해주었다.
어느 날 옷 갈아입고 양 말 찾고 한참 허둥대는데 학교마이크에서 애국가가 들려온다.
난 옷 입기에 바쁜데 내 옆에서 있던 훈이는 차렷 자세로 경건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서있다。
난 나오는 웃음을 참고 얼른 옷을 입는데「엄마! 엄마는 왜 경례를 안 해?」난 엉거주춤한 자세로 훈이 말대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수밖에···
그 시간은 왜 그렇게도 긴지 모르겠다.
요즈음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을 느낀다. 세수를 하기 싫어하는 훈이를 억지로 세수를 시키면 다 하고나서 「멍멍아 너도 세수해라, 난했다···」하면서 강아지에게 자랑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항의 고기에게「고기야 안녕, 잘 잤니?」하며 인사를 한다.
얼마 전 TV-월튼 가의 사람들-에서 들은 소리다.
난 속으로 훈이의 맑고 천진한 마음에 몹시 기쁘고 흐믓하다.
성경 귀절이 생각난다. 너희가 어린애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다던 말을.
아침 출근 때마다 훈이는 나를 따라 나선다.
과자 집에서 과자를 꼭 손에 쥐어야 떨어지기 때문에 이젠 아주 습관이 되었다.
언제든지 10원만 주는걸 알고 있어서 10원을 주고 5원짜리 풍선껌도 하나 갖고 오고 백원짜리 과자도 한 봉지 갖고 온다.
상점 아줌마와 난 이런 훈이의 사고방식에 터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 한다.
돈 10원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훈이, 어떤 때는 20원을 아는 분이 주면 10원만 받는다.
10원만 받는 습관이 생겼으니 그 10원이면 훈이가 서고 싶은 것은 모두 살 수 있으니 그 이상 가질 필요성이 없기에 얼마나 행복한 시절인가?
주일마다 성당엘 꼭 데리고 간다.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가는 습관을 길러주려는 내 계획이다.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르면 훈이는 남의 입만 쳐다보다가 자기가 아는「애국가」를 부른다.
아무도 훈이가 부른 애국가는 못 들었지만 나는 들었다.
웃음이 마구 터지지만 엄숙한 미사시간이니 웃을 수도 없고 낑낑댄다.
「훈이야 기도해라, 응」
「성부와 성자와 아멘。하느님 우리아빠 아픈데 안 아프게 해주시고 우리 할머니 잘 크게 해 주셔요. 우리 언니도 잘 크게 해주셔요. 아멘」
난,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훈이처럼 신심이 맑고 깨끗하도록 훈이에게 배우며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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