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子보다 惡妻가 좋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부모의 뜻을 잘 받드는 자식이라도 바가지를 긁는 아내만 못하다는 말이다.
최근 어떤 사람이 발표한「韓國노인의 意識구조에 관한 연구」가 재미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서울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의 老人 3백3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뜻밖에도 할아버지들의 61.7%가 다시 장가를 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할머니들도 29.3%가 시집을 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홀아비」를 둔 자식이 그 아버지에게 가장 효도하는 길은 새어머니를 얻어주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몇 해전일이다. 내 친구의 아버님이 60이 넘어 상처를 했다. 전직 고관을 지냈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뒤에 재혼하라는 권유가 여러번 나왔으나 한사코 거절했었다.
「사회적 체면도 있고 난이도 60이 넘었는데··· 그런 망칙한 소리 말라」
그분은 그렇게 완강했다。그래서 모두들 그분의 재혼은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권유하는 것을 포기했었다。그 후 몇 년이 흘렀다。그분의 나이도 더 많아졌다.
그런데 큰아들이 사업관계로 외국에 나가게 되고 둘째아들은 은행간부가 돼서 釜山으로 떠났다.
막내아들이 있었으나 장가를 들더니 核가족제도를 주장하는 신부의 주장에 눌려 따로 살림을 차려나갔다.
「왜 우리가 부모를 모셔야하느냐?」는 게 새 며느리의 주장이었다.
결국 그분은 자식들 모두를 다 떠나보내고 가정부와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외로운 몸이 되었다.
신앙도 갖고 있지 않았고 바둑을 두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그분은 재혼을 하고 말았다.
신부는 스무 살이나 아래인 40대 과부였다.
혼담이 이루어진 것도 혼례를 치룬 것도 그 기간이 너무 전격적이어서 놀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내가그분을 찾아갔더니 전에 느꼈던 그런 쓸쓸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마냥 행복해 보였다.
늙은 사람에 어울리지 않게「여보」하고 다정하게 새 부인을 부르는 것이었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하얗게 센머리를 염색까지 해서 까맣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고도 그분은 겸연쩍어 하질 않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렇게 사람이 변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분은 아무래도 자신의 재혼을 합리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였던지「처음부터 처자식이 없었으면 몰라도 함께 살던 자식들마저 모두 떠나고 나니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사는 게 외롭기만 하더군-」하며 씁쓸히 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분은 재혼한지 2년도 못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흰머리를 염색해서 까지 더 오래 살려고 했지만 역시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새 부인은 겨우 1년 남짓 살아주고 그분이 남긴 많은 재산을 고스란히 차지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에 장관을 지낸 Y씨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장관을 그만두고 상처까지 했는데 그는 70이 넘은 지금도 조그만 회사의 책임 일을 맡아 열심히 일하고 주일에는 교회에 나가고 있다.
그는 나에게「외롭지 않고 오래 살려면 일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밖에 없어. 재혼같은 것 뭣하러해」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일하고 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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