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의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데 있다. 또한 이 전례기간은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행동하도록 불리운 시기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은 우리자신의 잘못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위해서도 공동체적 속죄의 정신과 그 실천을 통한 진정한 희개로써 마음과 생활을 혁신할 때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40일 붕재라는 말이 뜻하듯이『사순절』하면 의례 단식. 금육하고 고신극기하여 세속적인 향락이나 유혹을 피하고 엄재하는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러한 행위들은 사순절의 목적을 위한 방법에 불과하며 소극적인 일면일 뿐이다.
사순절 동안 전례의 흐르는 적극적인 근본정신은 첫째 영세예비자들의 결정적 준비단계이요.
둘째 공동 속죄자들의 보속의 기간이며. 셋째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는 것임을 유의해야한다.
사순절의 역사적 내력을 보아도 초기에는 2~3년의 예비기간이 지난 영세지원자 중 영세후보자를 선발하여 사순절 시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세예식을 준비하고 부활날에 물과 성신으로 영세를 받게 하는 제도가 실시되었다가 6세기부터는 성인 영세자가 적어지자 성세의 성격은 약화되고 그 대신 사순절은 공동속죄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오래동안 지속되었다.
그 후 다시 변천하여 전체교회의 속죄의 계절로 바뀌어 이것이 수세기간 내려오면서 사순절은 속죄의 시기라는 관념이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계기로 사순절은 다시금 그 본래의 성격으로 되돌려졌다. 즉 전례헌장이 가르치기를「사순절은 두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무엇보다 성세의 회상과 성세의 준비를 통해서 또한 다른 편으로는 보속을 통해서 신자들로 하여금 어느 때보다 더 큰 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빠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케 한다.
따라서 전례에 있어서나 전례교육에 있어서 이 두가지 성격을 더욱 현저하게 드러내야 한다」(전례헌장109)고 하였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성세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것이다. (로마6‥3~4)실로 성세는 인간실존의 변혁인 동시에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믿는 자 안에서 구체화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순절동안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는 최상의 준비는 모든 신자들이 성서와 전례를 통해서 성세의 은혜를 회상하고 성세 때의 결단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사순절은 속죄의 시기로서 교회의 모든 신자들은 각자의 신앙생활을 재점검하고 생활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죄는 그리스도 신비체를 손상하는 것으로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공동체적 차원에 직결되는 것으로 이에 따른 속죄도 개개인의 차원에 머무는 내적회심과 보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외적 사회적 공동체적 속죄의 실천이 요망되는 바이다.
더우기 사순절 동안의 극기와 보속과 희생이나 고행을 단순히 교회법의 명령적인 행위로만 받아들이는 자세는 그리스도의 수고수난과 고통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엄정히 지키신 사순 그대로를 기꺼이 본받아 스스로 준행하려는 자의적인 원의와 생활의욕이 결여된 탓이라 하겠다.
우리를 위해 40일 동안 광야에 나가시어 기도하고 단식하신 그 엄정한 사랑자세를 배우려는 노력이 결여된 것이다. 아무리 우리의 극기와 보속과 희생이나 고행이 외적으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사랑에 뿌리박은 것이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순절동안 우리의 신앙생활은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40일 동안 엄재하신 것을 본받아 몸과 마음으로 동참하여 자신을 봉사하고 희생하여 또한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보속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말씀을 우리는 실천으로 옮겨야만 할 것이다.
고신·극기보다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더욱 강조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각하며 묵상과 기도에 힘쓰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사순절의 현대적 정신이며 생활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극기 보속 희생·고행 등 모든 행위는 오직 사랑에서 출발하고 사랑의 열매를 맺겠끔 해야 할 것이다.
즉 외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종전의 사순절 감사송에는『재계로 악습을 누르고 마음을 들어 높여주시며 덕행과 상급을 베푸시나이다』라고 하였으나 새로운 사순절 감사송은『깨끗한 마음으로…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보다 충실히 사랑을 실천케 하소서』로 되어있다.
실로 오늘날의 사순절은 사랑의 실천이 요망되고 있다.
사랑이 없는 믿음이 아무 소용이 없다면 사랑이 없는 극기나 보속 고행도 아무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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