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은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운 것도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쁜 것은 없고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고 하였읍니다.
형식과 절차상의 일문일답이 끝나자 우리는 사랑과 신의의 표시인 선물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이는 제 손가락에 신부님께서 강복해주신 반지를 끼워주었고 저는 그이에게 만년필 한 개를 꽂아주었읍니다. 약혼이라는 사치스런 말조차 들어보지 못한 저희들에게는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도 꿈에서나 꾸어볼 일. 결혼선물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였읍니다.
그것마저도 반지는 그이의 큰 매형이 해준 것이고 만년필은 작은 매형이 선물로 해준 것을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결혼예물로 주고 받았읍니다. 등 뒤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훌쩍훌쩍하는 소리가 귀에 몹시 거슬려왔지만 저는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하객들 중에는 눈물을 닦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했읍니다.
기쁠 때에 주를 찬미하고 괴로울 때에 주를 찾으며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구원자로서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것처럼 또한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처럼 저 또한 저의 주인이 되신 남편에게 마음과 정성을 다해 순종할 것을 하느님 앞에 다짐하면서 많은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저는 그이의 휠체어를 밀고 성당 문을 나왔읍니다.
그리하여 그날 밤 바로 첫날밤 우리에게도 첫날밤이 찾아왔읍니다.
첫날밤은 길고긴 인생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일생을 통하여 가장 잊을 수없는 밤입니다.
흔히들 말하기를 첫날밤은 달콤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육체의 희열도 관능의 쾌락도 처음부터 배제된 우리의 첫날밤은 그것을 초월한 그 이상의 것이었읍니다.
그이의 따뜻한 손을 잡아 가슴에 얹어놓고 만족했읍니다.
원앙금침도 또한 명성 높은 이의 산수화가 그려져 있는 병풍도 저희들에게는 있을 리 없었고 윗목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놓은 야식상도 없었읍니다. 대추나 밤을 먼저 먹어야하는 즐거운 형식도 절차도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읍니다. 엿듣는 극성꾼들의 침 바른 손가락이 문구멍을 만신창이를 만드는 즐거운 광경은 더더욱 없었읍니다.
그이는 마음이 괴로왔던지『후?』하고 긴 한숨을 내뿜었읍니다.
『왜 그러세요. 당신 어디가…』
그이의 한숨소리에 당황한 저는 몸을 반사적으로 일으키며 대들듯 물었읍니다.
『아니야 순아! 미안해』
『뭐가 그렇게 미안하세요?』
『이 뜻 깊은 밤 나는 순아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잖아』그이의 목소리는 괴로움이 여울져 착 갈아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또… 당신 쓸데없는 생각마세요.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당신의 사랑이 있지 않아요.』
그이의 길게 내뿜는 한숨 소리의 뜻을 안 저는 저으기 안도의 숨을 쉬는 순간 그이는 자기의 가슴에 저를 와락 끌어안아 주었읍니다. 저는 그 순간 행복감을 느꼈읍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순아 후회하지 않아?』
『전 후회 안 해요. 제가 좋아서 택한 길 아녜요』
『앞으로도?』
『앞으로도 저는 절대 후회 안할 거예요.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그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그이의 심장에이 한마디를 깊고 영원하게 새겨두기라도 하듯 저는 힘주어 말했읍니다.
『순아. 사랑해! 진정으로』
『얼만큼요?』
『하늘땅만큼』
너무나 고요하고 적막한 산속의 밤.
자장가라도 불러 주려는 듯 어디선가 처량하게 울어대는 부엉이 소리만이 구슬프게 들려 왔읍니다.
저는 그이의 손을 꼭 잡아 제 가슴에 올려놓고 행복한 하룻밤을 보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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