裡里화약열차 폭발사고가 있기 며칠 전에 나는 그곳의 유명한「뱀장어 집」을 친구들과 함께 찾은 일이 있다.
듣던대로 뱀장어구이 맛은 아주 일품이었다.
그러나 나는 뱀장어요리를 해주던 아주머니로부터 뱀장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뱀장어는 錦江물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갑니다. 그러나 강물에 살던 몸이 갑자기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로 들어갈 수는 없죠. 그래서 강물과 바닷물이 교류하는 곳에서 뱀장어는 오랫동안 몸을 단련시켜 바닷물에 적응할 수 있게 합니다.』
아주머니의「뱀장어 生態學」지식은 꽤 해박했다. 그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뱀장어가 바닷물과 강물사이를 왕복하는 오랜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몸속에 저장해놓은 단백질만 소모하는데 이때 잡은 뱀장어가 가장 맛이 좋고 단백질로 고단위며. 양질의 것이라는 것이다. 裡里의 뱀장어가 유명한 것도 바로 강에서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며 따라서 이때 잡히는 것을 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다.
뱀장어는 그렇게 몸을 단련해서 바다로 뛰어든 다음 끝없는 海底旅行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알을 낳을 적당한 위치와 水溫에 이르면 그곳에다 알을 낳는데 알을 낳게 되면 그 순간 뱀장어는 죽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몸의 단백질을 다 소모한데다 먼 여행에 지쳐버렸고 그 상태에서 알을 낳으니 죽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알속에서 얼마의 시간의 흐르면 새끼 뱀장어가 나오게 되는데 이것들이 차차 커지면 죽은 어미가 살던 강. 그러니까 고향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누가 안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새끼 뱀장어는 용케도 어미가 살던 강을 향해 항해를 계속한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설리가 아닐 수 없다. 섭리에 따라 그 망망한 대해 속에서 때로는 큰 고기의 밥으로 먹혀지는 등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어미의 고향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어미의 고향. 江에 도달하면 거기에서 서식을 하고 그러나 알을 낳아야할 어미가 되면 또다시 그 어미가 그러했듯이 바다로 들어가고 알을 낳은 후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뱀장어를「母歸回川魚」라고 한다는 것이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새싹이 돋아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뱀장어도 어미가 바다로 들어가 죽음으로써 그 새끼를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 말고도 뱀장어 집 아주머니의 마지막말을 되 뇌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향 버리는 사람이야 뱀장어만도 못한 것 아니겠우?』
정말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반추할만한 것이었다. 현대를 가리켜「고향을 잃은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산업의 발달과 생활의 都市圈化는 어쩔 수 없이 우리들로 하여금 고향을 잃게 하고 만다. 구수한 사투리를 퇴색시키고 있고 고향을 찾는 짜릿한 향수도 아스팔트 빌딩숲속에 던져진 채 우리는 목이 따가운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오」는 한낱 흑인영가의 가사에 불과할 뿐이다. 돌아갈 고향도 고향에 대한 애착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고향을 잃는 그자체가 아니라 정신적인 고향. 신앙을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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