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엔 사순절이 되면 한두가지 결심들을 새로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자의 경우 술과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용케도 재의 수요일에 다짐한 비장한 결심을 부활때까지 지키는 사람도 많지만 상당수가 중도에서 굳은 결심을 팽개치고 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향긋한 니코틴의 향기와 달콤한 술내음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토록 어려운 결심들을 하고 수도승마냥 술․담배를 멀리하려는 것은 사순절 동안만이라도 극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해보려는 의도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 술․담배를 끊는다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나는 수십 번이나 담배를 끊었는데 금연이 무얼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느냐?』고 태연스레 반문한 某작가의 역설적인 표현에서 이일이 얼마나 힘 드는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토록 힘든 일을 단지 자신의 극기만을 위해서 한다면 별의미가 없다. 사순절은 극기의 때인 동시에 희생과 보속의 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그 숱한 고통도 인류의 구원을 위한 희생이었던 것이다. 절제행위가 오직 자신의 극기만을 위해서라면 그것은 신앙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하나의 정신수련에 불과하다.
▲재의 수요일이나 성 금요일에 행하는 단식재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을 통해 묵상하자는 뜻도 있지만 오직 고통만을 위해 단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여기엔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 현대적 의미의 보속은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그런류의 보속이 아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거역한 만큼의 몫을 이웃에게 베풀 것을 요구한다. ▲주교회의인 성회는 17일 전국적으로 단식재를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재의 수요일은 舊正관계로 모든 교구가 대·소재를 관면했기에 이번 단식재는 사순절 들어 처음으로 전국에서 일제히 갖는 단식재이기도하다. 이 전국적인 단식재가 갖는 의의는 실로 크다. 스스로 배고픔의 고통을 맛볼 때 굶주린 이웃의 고통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웃의 고통을 피부로 뼈저리게 느낄 때 이들에 대한 사랑은 우러나기 마련이다. 이번 단식재가 나 자신의 현세적 이익을 위한 단순한 절미운동이 결코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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