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우리 소대의 선임하사와 그 부인. 그리고 몇 소대원들과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들 그 하사부인에게「사모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그 부인에게「사모님」소리가 나오질 않아「하사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그랬더니 부인 자신보다 주위의 동료 사병들이 놀라는 표정이었고 선임하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하사 아주머니」라고 했더니 시골출신의 그 선임하사는
『야. 너는 배운 사람이어서 사모님 소리가 안 나오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그 후 그 선임하사는 부대에서 기회만 있으면 골탕을 먹이는 것이었다. 군대에서의 골탕 먹이는 것은 지금이야 많이 개선됐겠지만 사역을 시킨다던지 기합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사모님」칭호문제에 너그럽게 못했던 탓으로 여간 많은 고초를 겪은게 아니었다. 그 후 어디서 사모님 소리만 나오면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내가 어릴 때 배운 것으로는 스승의 부인에게만 사모님이라고 불러야했다.
그런데 요즘 그런 규범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탄배달부의 부인에게도 面서기부인에게도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기야 민주사회에서 선생님이건 면서기이건 연탄배달부이건 신분의 차이야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은 사모님의 定義가 너무나 흐트러졌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하물며 소대의 선임하사에게서야….
그런데 더욱 웃기는 일은「사모님」칭호에도 계급이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나 회사직원 부인들끼리 모인장소엘가면 그런 것을 많이 듣게 된다.
『아이구 계장 사모님 오시는구먼-』하는가 하면 부장 사모님 말씀이 옳다는 둥. 계장 사모님. 과장 사모님. 전무 사모님. 사장 사모님…사모님 호칭에 이처럼 계급이 붙는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사실 여자의 호칭문제처럼 복잡한게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호칭은 외래어가 들어오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가령 金양이라는 한사람을 예로 들더라도 金양 외에 미스·金. 시집을 가면 미세스·金. 金女史. 마담. 아주머니. 부인 사모님. 뿐만 아니라 계를 잘 만드는 사람에게 붙는 소위「오야」또 시집의 고향을 빌려 順天댁. 大邱댁…그런데다「프랑스」어를 사용하여「마드모아젤」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심심풀이로 몇 사람이 앉아서 여자의 호칭을 세어보니 무려 39가지나 되었다.
왜 이처럼 여자들에게는 그 호칭이 복잡한 것일까?
따라서 진정 우리여성들이 여성해방이니 여권신장을 주장하기 앞서 자신들의 호칭문제부터 통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긴 서구의 여성해방론자는 여성을 「미스」와「미세스」로 나누는 것부터 女性을 차별하는 것이라 하여 앞으로는 모든 여성에게「미스」로 통일해서 부르도록 요구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런 복잡한 호칭문제로 우리 여성들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여성들이 하느님께서 태초에 여성을 만들 때의 뜻에 따라 여성본연의 여성이 되는 것 그것이 여성의 진정한 지위향상이며 여성해방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사모님이나 부인이나「미스」나「미세스」나 아무런 호칭이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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