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대소변도 더구나 기지도 걷지도 못하는 가혹하고 기구한 운명의 남편에게 다시금 수술이 가해져야한다는 사실에 가슴은 쓰리도록 저려왔으며 측은하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서러움은 더욱 크게 확대되어 갔습니다.
수술비도 문제였습니다.
엄청난 수술비와 입원비 그리고 기타경비를 무슨 수로 감당해내야 할지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신장도 양쪽모두 결석이 생겨있는데다 그나마 한쪽은 신장을 떼어내야 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으나 워낙 몸이 쇠약해 우선 방광결석이나 수술을 해보자는 원장선생님의 말씀이었읍니다.
저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남편한테로 갔습니다.
금방 왈칵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슬픔이 복받쳐 왔으나 남편에게 눈물을 보일 수는 도저히 없었읍니다.
저는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띄우면서 남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속삭이듯 말했읍니다.
『여보 수술만하면 괜찮대요.』
『흠-』
남편은 괴로운 듯 한숨만 길게 내뱉을 뿐 아무런 대꾸도 없었읍니다.
『방광에 둘이 생겨있는데 수술해서 빼내면 당신 인제는 앓지 않는데요.』
『……』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천주님께서 당신을 꼭 지켜주실 테니 마음속으로 기구나 열심히 하세요.』
남편은 눈을 지긋이 감은채 시종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무엇을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까.
드디어 그날 밤 수술은 시작 되었읍니다. 초조와 불안 속에 그이를 수술실로 보내놓고 저는 남편의 텅 빈 침대 옆에 꿇어앉아 간절한 기도를 드렸읍니다.
이때처럼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읍니다.
원장선생님은 병실에 회진만 나오면 물을 많이 먹으라고 권고 했읍니다.
『물을 많이 잡수세요. 붕어가 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붕어같이 물을 먹으란 말입니다. 당신은 물을 너무 먹지 않아 생긴 병입니다. 자 우리 생각해봅시다. 개울도 물이 많이 흘러가면 쓰레기가 확확 떠내려가니 깨끗하지요. 그런데 물이 찌지근하게 조금씩 흘러가는 개울은 더럽지 않아요? 우리 몸도 마찬가집니다. 물을 많이 먹어 몸속의 찌꺼기를 소변으로 쑥쑥 걸러내야 신장도 방광도 돌이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한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대소변을 일일이 남의 손으로 받아내야 하는 괴로움 때문에 밥이나 물을 죽지 않을 만큼 아주 적게 먹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먹는 것이 적으면 배설물도 적으니 자연히 남에게 괴로움을 덜 끼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결과를 낳고 보니 모든 게 어리석은 짓이었읍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셔야합니다. 걷지를 못해서 그렇지 걸을 수만 있다면 높은 언덕에서 뛰어내리는 운동을 한다거나 뛰어다니는 운동을 하면 지금 신장에 박혀있는 돌도 소변과 함께 흘러나올 수가 있어요. 집에 가시더라도 앉아서 할 수 있는 탁구 같은 운동을 하세요.』
이러한 원장선생님의 말을 들은 후부터 남편은 물을 많이 먹기 시작했고 저는 궁리 끝에 화투를 사다 밥만 먹으면 화투놀이를 했읍니다. 서로 이기고 지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투를 칠 때 힘을 주어 치면 조금이라도 신장에 충격을 주어 돌이 흘러나올까 싶어서였읍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주앉아 마치 어린아이들이 하는 세세세 마냥 손과 손을 마주잡고 위에서 아래로 좌우로 힘껏 뿌리치며 힘을 주어 팔운동을 하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나 할까 우리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