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원이는 신부님한테 걱정 들었대요.』
열시 미사에 다녀온 숙란의 말이다.
『왜? 또 떠들고 장난쳤구먼…』
조용하게 미사를 드리는게 아니고 어째 그리 엄마 속을 썩일까하며 얼굴이 찡그려진다.
오학년짜리 수원이가 말썽이다. 엊그제 저녁미사 땐 또 어떻고.
아유… 금요일 저녁미사의 복사인 수원이를 재촉하여 보내고 조금 늦게 성당엘 갔다.
복사옷을 입고 앞자리에 앉아 저녁기도를 드리는 수원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옷자락은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기도를 하는지 마는지 옆을 바라보고 하품을 하고…
아유 저것을 어쩐다지.
옆 의자에 계신 신부님께 얼른 얼굴을 돌리며 엄마의 이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도 몰라주는 수원이가 그렇게 밉살스러울 수가 없다 어쩌다가 잔뜩 노려보는 엄마의 눈과 마주치자 얼른 옷자락도 내리고 자세도 바로 앉는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성당에 보내기 전에는 열 번도 더 일르는 엄마의 말을 그렇게도 잘 잊다니, 신부님 뵙기가 송구스럽다.
엄마들이 잘 일르지안아서 그런 줄 아실꺼야.
주의를 줄때면 천연덕스럽게 다시는 안 그런단다.
지난겨울 새카만 손을 닦아주면서『이런 손으로 미사 때 심부름 해드리면 신부님이 더럽다고 하시겠다.』했더니
『아냐, 신부님도 지금은 깨끗하시지만 나같이 국민학교 사학년 때는 손에 때도 있었구 그리고 미사시간에 떠들기도 하셨을꺼구 공부도 하기 싫었을꺼야, 근데 엄마 나도 크면 깨끗하고 멋장이가 될꺼야 착실하기도 하고 말야, 어때 엄마』하고 웃는게 아닌가.
나도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렇게 짓궂고 말 안 듣는 아들도 제 말대로 좀 더 나이가 들면 모든 게 나아질거야.
그렇게 믿고 열심히 뒤를 걷우고 잘 키우는 수밖에는…어느 신부님인가 말씀하셨는지.
아이들은 단 오분도 입을 다물고는 못 있는 다고 하셨지, 그러나 미사때 만은 좀 조용하고 의젓하게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집의 아이들을 앞에 앉히고 미사 드릴 때는 마음에 안정을 얻기가 어렵다. 그놈들의 몸놀림 손놀림 하나하나가 신경을 곤두세우니 말이다. 모든 게 엄마가 좀 더 잘 가르치지 못한 탓일꺼야.
제 말만따나 좀 더 크면 다 좋아지겠지, 그리고 그 때가서 이렇게 말하겠지
『국민학교 다닐 때 성당에 가서 어지간이 떠들었는데 왜 점잖질 못 했을까? 엄마 속상하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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