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대축일이있다. 대축일이라면 성탄절을 생각하고 부활절도 큰 축일이라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또 외면적으로는 확실히 부활은 성탄에 버금가는 명절로 밖에 보여 지지 않고 있다. 부활날 성당에 나오는 사람 수가 적고 행사가 적고 고백 영성체하는 수가 성탄에 비해서 적은 것이 사실이다. 신자 아닌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탄이 더 기쁠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 어디서나 또 어떤 사람에게나 성탄은 축일이고 그 축일의 뜻은 이해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넘치는 축제의 흥겨움이 신자들의 마음속에 다시 작용하여 발걸음을 성당으로 향하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시중에 크리스마스카드와 징글벨이 넘치면 성당에도 행사가 분주해지고 연말을 지내는 반성으로 판공성사를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활절을 성탄에 비교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신자들이 부활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있다.
예수 부활이 지금 그들이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부활이 그렇게 뜻 깊은 날이라면 성탄 모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축제의 날이 되고 우리나라에도 공휴일이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하는 신자를 보았다면 그것은 지극히 예의적인 한 경우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현실만은 아닌 것으로 본다.
부활절이 주일이요, 주일이 부활절의 연장이요, 모든 날이 주의 날임을 살면서 실현하는 신자생활이 보편과 되어있지 않음을 우리 스스로 시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리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것은 모든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일로 재언이 불요하나 전례생활을 통한 신앙생활 지도에 있어서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느끼고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신자생활은 예수의 교훈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스도의 삶을 누리는 생활이어야 한다. 교회는 예수의 교훈을 따르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비체다. 신자생활은 생활한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일원의 생활이다. 이 생활은 세상에 있으되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이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는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게 되었으니 천상의 것들을 추구 하십시오』라고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꼴로3ㆍ1~4 참조)
이렇게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며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하느님의 백성에게 전례는 천상적인 것과의 만남과 영생의 삶의 시간이요 장소인 것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전례는 그렇게 소중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전례에 신자들이 과연 어느 정도 참례하는가?
성세성사에서부터 주일미사에 이르기까지 신자생활이 과연 빠스카의 신비에 살도록 지도되어 있는가, 오늘 부활절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물질주의화 되어 간다고 한탄한다. 현세주의적 사고방식에 사람들은 물들어있음을 크게 염려한다. 그런데 새로운 삶을 사는 신자들마저 영생에 대한 생각이 희박해지지나 않았는가. 물론 내세 집착적이고 현세방관적인 것이 참다운 신자생활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영생이 무엇인지 상관없다는 신자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령 인간이해의 이원론적인 위형 때문에 구령이란 말이 기피되었고 천당지옥에 대한 신학적 토론이 일반 신자들의 내세관에 동요를 주었고 현실참여의 강조가 현실중시의 한 요소로 바뀌었다면 신자들에게 영생을 보다 절실하게 인식케 하는 노력은 얼마나 수반되었는가.
부활의 신비가 존중되지 않았고 신앙의 신비가 있을 수 있겠는가. 탈신비적 역사론이 신자의 머리에 스며들고 있다면 누구를 보고 현세주의적 사고방식을 불식하라고 할 것인가.
성세예식 첫 단계에『신앙이 영생을 줍니다.』고 우리는 말하였다.
영생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신자생활에 있어서 부활 대축일의 비중은 신앙생활의 깊이에 비례할 것이다.
그래서 부활절이 진정한 대축일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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