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지 보름쯤 지난 어느 날 콩알만 한 결석이 소변에 흘러나오더니 이틀 후에 또 한 개가 흘러 나왔읍니다.
이제 식장에 박혀있던 결석이 다 빠져 나왔다는 원장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춤이라도 출 것 같이 기뻤으며 남편도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읍니다.
『아 하느님은 결코 그 이를 버리시지 않으셨구나… 천주님 감사합니다. 불쌍한 제 남편을 지켜주셔서…』
몇 번이고 저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읍니다.
과연 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신장에 있던 돌이 모두 빠져 나왔다던 이제 춤을 추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노래를 불러도 좋다고….
신장이 너무 악화되어 수술도 못하고 그나마 한쪽은 떼내야한다던 그 신장에서 저절로 결석이 빠져나왔으니 기쁜 마음에 어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겠읍니까?
이것은 분명히 기적이며 주님의 도우심이며 저의 간구함을 들어 허락하심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부귀도 공명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바라고 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걷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그런대로 건강하게 제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것으로 저는 행복한 겁니다.
한편 퇴원이 가까워 오자 입원비 때문에 걱정이었읍니다.
어느 날 남편의 옆 침대에 누워있던 방광결석환자가 퇴원을 하면서 입원비 때문에 병원 측과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았읍니다.
다 받아 내려하는 병원 측이나 한 푼이라도 깎으려하는 환자 측이나 옆에서 보기가 딱도 했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읍니다.
제 형편이나 시동생의 애쓰는 것을 생각하면 원장을 붙들고 통사정이라도 해봄직 하지만 남편의 생명을 구해주고 또 그토록 정성과 관심을 쏟아 친절하게 치료를 해준 원장선생님께 달리 보답은 못해줄망정 입원비까지 봐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염치없는 짓 같았읍니다.
다행히 입원비는 시동생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빚을 얻어다 깨끗이 지불해주고 입원한지 23일 만에 퇴원을 하여 집으로 돌아 왔읍니다.
건강해진 남편을 데리고 퇴원을 하는 저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마음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 찼고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는 양 숲속의 새들도 그날따라 유난히 이리저리 춤을 추며 즐겁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읍니다.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도, 집주위에 무성하게 자라버린 잡초나 길바닥에 나딩구는 돌맹이까지도 모두가 아름답게 보였읍니다.
역시 마음은 사물을 보는 거울인가 봅니다. 마음이 즐거우면 모든 것이 즐겁고 아름답게 느껴지나 마음이 괴로우면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는 환경이고 보니 운동이래야 탁구공을 실로 얽어 방 천정이나 지붕처마 밑에 매어달고 양손에 탁구밧다를 쥐고 휠체어에 앉아서 탁구를 치듯 천정을 향하여 힘 있게 치는 것이었읍니다.
탁구는 역시 손으로 쳐서 운동을 하는 것이며 구태여 탁구대 위에서만 해야 운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착안을 한 남편은 궁리 끝에 그런 운동법을 개발하여 열심히 운동을 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 탁구공을 처마 끝에 매어달고 쳤으며 날씨가 궂은 낮이나 밤이면 방 천정에 달아놓고 쳐댔읍니다.
그 덕택에 방천정은 온통 탁구공 세례를 받아 한군데도 성한 데가 없었고 남편의 건강에 대한 집념 또한 대단하여 그래프를 벽에 그려 부치고 매일 삼천번씩 공을 치면서 그날 공을 친 숫자를 일일이 그래프에 표시해 나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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