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다. 모처럼의 휴일에 나는 차분히 책을 좀 읽고 싶었다.
책장에는 적지 않은 책들이 먼지 속에 꽂혀있다. 무심코 한권을 들어 들쳐보니 이런 글이 눈에 뛴다.
「가장 어리석은 미신은 인간에게 신앙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의 미신이다」 (마드지니)
「진실한 종료란 인간 속에 수립되며 인간을 둘러싼 무궁한 시공에 대한 관계를 밝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궁한 시공과 결합시키며 인간의 행위는 광명을 향하여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톨스토이)
유명한 문학가나 철학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시험을 앞둔 젊은 남녀학생들 간에는 더욱 그렇다.
초조한 마음을 어떤 힘있는 분에게 매달려서 도움을 얻고자하는 인간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다룰 바가 없다.
평화와 조화, 안전과 희망, 영원한 행복윤리와 정의가 깃든 새로운 사회를 외치는 종교는 훌륭하고 고귀하다.
『수녀님 종교는 똑같지요?』하고 어떤 여학생이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종교는 크리스찬니즘과 똑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옳은 답을 했는지 그릇된 답을 했는지 불문에 두고 나는 나대로의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전능하시고 전지하신 하느님께서 왜 하필이면 십자가상에 그 자취를 감추셔야 했는가 말이다 십자가는「神學」의 마지막이고「信仰」의 시작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찬의 신학이 아닐까… 그렇다면 십자가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십자가란 고통에 대한 변명도 사과도 아니다.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정보도 아니다.
구원의 하수인도 물론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십자가는 사람의 모습으로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 강생에 마땅히 따라와야 할 결과이고 聖子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제시이다. 상식적인 의미로서의 체제를 깨뜨려버린 결과이다.
정의와 사랑으로 죽음을 이긴 승리의 결과이다. 참된 하느님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의 목에 십자가의 목걸이가 흔들거리는 것을 흔히 본다.
십자가가 지닌 깊은 뜻을 알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어떤 장식품은 아니다. 그리스도 교회가 마땅히 서야할 곳이며 그리스도를 믿는 信者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올라가야할 골고라의 언덕이다.
가장 미소하고 쓸모없이 버려진 인간 속에서 십자가를 발견해야하고 그 고귀한 메시지를 찾아야한다.
십자가는 교회를 향해서 이렇게 외친다.
『십자가는 끝이 아니고 인간가능성이 기진하였을 때 하느님의 능력이 나타난다』
『내일을 위한 부활이 있다』고 말이다.
부활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부터의 완전 해방이며 하느님나라 선포를 위한 자유인으로서의 새로운 계약에로의 부르심이다.
부활은 자유인으로서의 생활의 선포이며 모든 사람을 위한 하느님나라 확장에 있어서의 자유로움이다. 따라서 십자가는 바로 자유로운 삶의 시작이며 새로운 생활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부활이야말로 크리스찬 생활의 최절정이며 고통과 죄와 죽음에서 내 자신이 해방이 되어야 하고 또 한남을 해방시켜야할 사명을 띠고 새 출발 하는 것이다.
「엠마우스」로 가는 두제자와 같이 보고들은 것을 세상에 전해야할 사명이 우리 크리스찬에게는 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노라. 두려워 말라』 (마테오28ㆍ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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