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밀었지?』
『민게 아니야』
『미는 것 같던데』
『민게 아니라니까』
『나 혼났었단 말이야』
『미안해, 그러나 민 것이 아니었어.』
『그럼 어째서 나를 덮쳤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어. 뒤에서 억센 어른들이 마구 밀어대겠지. 네가 꼭 쓰러질 것만 같았어. 그래서 내가 가로막고 나섰던 거야.』
『어째서 나를 보호하려고 했지?』
『넌 나보다 어리니까…나보다 힘이 약하니까…』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지금은 알게 됐잖아』
『그래 지금은 언니가 친구인 것 같아』
『그렇구말구 우리는 친구이지』
『언닌 몇 학년이지?』
『난 5학년이야』
『난 2학년이야. 언닌 특별활동으로 무슨 반에 들었지?』
『미술반에 들었어.』
『나도 미술반에 들을 걸 그랬나. 사실은 그럴까 했다가 그만뒀어. 난 미술을 썩 잘하는 편이야. 생각 끝에 좀 부족한 과학반에 들었지 뭐야』
이것은 가장 붐비는 출근 무렵에 버스 안에서 벌어진 국민학교의 두 여자 어린이들의 대화였다.
참으로 흐뭇하고 절로 미소가 번지는 이 대화를 들으며 나는 그 어린이들 간에 이루어지는 따뜻한 인간적인 관계에 감격했다.
이해타산으로 얽히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이미 전설이나 동화로 화하고 교류가 끊어진 단절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슬퍼해오던 나는 혼잡한 버스 안에서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꽃피우는 기적 같은 광경을 보고 가슴 뿌리듯 한 희망의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순간 내 머리 속에 검은 구름이 스쳤다.
『저 아름다운 꽃도 곧 거센 현실의 비바람에 꺾이고 땅에 떨어져 시들어버리겠지. 그리고 어른이 되면 기성인들처럼 격심한 생존경쟁의 물결에 휩쓸려 그 순수한 인간적인 관계를 잃어버리겠지…』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꺾이지 않을 거야. 제발 꺾이지 말았으면…그리고 불사조처럼 죽지 않는 꽃이 되어 이새상의 영원한 희망이 되어 주었으면…』
사실 우리는 필요해서 대하고 필요치 않으면 버리는, 필요에 의해서만 이어 나가는 관계뿐 순수하고 아름다운 진정한 인간관계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인생과 세계는 메마르고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만 한다.
인간적인 관계를 이루지 않는 대상은 현존하는 한사물일뿐 참된 존대일수 없고 참된 존재일수 없는 대상에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인간과 사물의 의미는 우리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태어나는 것이다.
잃어버린 인생과 세계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선 의식의 상호침투, 상호적 교류부터 이루어 나가야 하겠다. 그 교류에서 우리는 自我와 자아가 만나는 공동체를 의식할 수 있을 것이며 공동체의 의미는 물론 공동체속의 個我인 나의 의미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획일화된 비 본래적인 사람이 아닌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인간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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