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온 정열을 남편의 건강에 쏟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운동을 하는 데는 휠체어 타는 일에 제일 곤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힘센 남자가 있어 불끈불끈 안아서 태워주고 내려주고 하면 문제가 아니었지만 식구들 중에서 시동생밖에 할 사람이 없는데다 시동생 또한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항상 불편을 느껴야했고 남편은 휠체어 태워 줄 사람이 없을 때는 운동을 못하고 그냥 자리에 누워 있어야만 했는데 그럴 때는 옆에서 보는 사람도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외딴 산골짝에서 남의 힘들 빌릴 수도 없고 또 빌린다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신세를 진다는 것도 무리일 것 같아 그 일을 제가 해보기로 결심했읍니다.
여자들 중에서도 비교적 자그만 체격에 속하는 제가 남편을 안아 올린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으나 저는 이를 악물고 휠체어를 마당에 내어놓고 남편을 방에서 안아내고 또 방으로 안아 들였읍니다. 늙으신 시아버님께서는 당신이 하시겠다고 나서시며 행여 어떤 사고가 일어날까봐 걱정을 하셨지만 그럴 수는 없었으며 저는 팔이 떨어져 나가고 창자가 땡겨 올라오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잘해냈습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었으나 사람은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도달하면 상상할 수없는 신비로운 힘이 솟구치는가 봅니다. 참으로 지금 생각해봐도 어찌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 의아심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남편은 탁구공을 칠 때면 제가 급한 일에 쫓기지만 않으면 언제나 당신 곁에 붙어 앉혀놓고 운동하는 것을 지켜보아 주기를 원했고 공을 치는 대로『하나 둘』하고 소리 내어 세어달라고 했읍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봐주면 더욱 힘이 솟아나고 즐거운 모양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자나 깨나 하루 한시간도 서로 떨어져 본 일이 없이 항상 같이 생활하건마는 저희들의 마음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했으며 그중에서도 일요일 날은 잠시나마 헤어졌다 만나는 기쁨에 저는 더 큰 행복감에 젖어보기도 하는 날이었습니다.
주일날 미사참례 하러 읍에 갔다 제가 돌아 올 때쯤이면 남편은 운동을 끝내고 집 모퉁이 까지 휠체어를 밀고 나와 앉아 저 아래 산모퉁이에서 제 모습이 나타나면 손을 크게 흔들며『율리아-』하고 큰소리로 저를 부르면서 반겨주었고 저도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여주며 대근한 줄도 모르고 단숨에 집까지 달려가 남편의 팔뚝에 매달리곤 했읍니다.
『여보 당신 팔뚝이 굵어졌어요. 이제 레스링 선수 같아요.』
『그래? 이만하면 괜찮겠어?』
남편은 자랑스러운 듯 팔뚝에 힘을 주어 근육을 내보이며 말했읍니다.
『예, 아주 보기 좋아요. 미스터 선발대회에 나가셔도 되겠어요.』
『고맙소. 율리아…이 모든 게 당신 덕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어찌 오늘이 있겠오. 미안하오. 고생을 너무시켜서』
『그런 말씀하시면 전 싫어요. 당신의 생명은 바로 제생명인걸요 제가 뭐 누구위해 사나요.』
『고맙소. 율리아, 진정 고맙소.』
남편은 한손으로 저를 와락 끌어안으며 저의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읍니다.
『어머 왜이래요 이이가 누가 봐요』
저는 시부모님들이라도 보실까봐 얼른 그이의 팔을 뿌리치고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읍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뒤로 확실히 남편의 건강은 하루하루 좋아져갔고 표정도 한층 밝아졌으나 그 큰 수술을 받고도 닭 한마리 고아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은 아프기만 했읍니다.
생각다 못해 저는 막대기를 들고 매일같이 들로 나가 개구리를 잡기 시작했읍니다. 개구리를 푹 고아 먹으면 보신이 된다는 말을 들은 생각이 나서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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